서둘러 평순이를 앞세우며 사립문을 나섰다. "감나무에 까치밥 냉게 놨는디? 왜 또 밥을 주어?" 작년 가실에 감 딸직에 한 개 냉게 놨잖이여? 꼭대기에." "너는 어저께 밥 먹으면 오늘은 안 먹냐?" 안 그래도 명절이라 다른 날보다 나물 반찬도 많고 찰밥도 먹어 흥겨운데. 달맞이를 한다고 제 어미랑 동산에 가는 것이 어린 마음에 못내 좋은지 강종강종 모둠발로 옆걸음을 치던 평순이가 또 묻는다. "근디 왜 개는 밥을 안 준대? 아까 택주 아재네 놀로 가서 봉게로 누렝이가 굶어 갖꼬는 픽 씨러져서 기운이 하나도 없데?" "개는 그렁 거이여. 보름날 개 밥 주먼 여름에 파리가 말도 못허게 꾄디야. 개가 삐삐 말르고. 긍게 아조 ㄱ기는 거이여. 그러먼 갠찮당만. 아. 말도 있잖냐 왜. 개 보름 쇠디끼 헌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