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 집사자 하나가 제반에 받쳐들고 온 밥그릇을 두 손으로 받들어 저 안쪽, 신주에게서 가장 가까운 자리 한가운데 조용히 놓는다. 그'메'와 '갱'옆에, 생시의 밥상에 그러하듯이 나란히 놓인 숟가락과 젓가락을 바라보는 순간, 이기채는 비애가 사무쳐 통곡하였다. 아아, 어머니.애처로우신 어머니. 육류에,어물에, 웃기 얹은 떡, 그리고 온갖 적이며 전, 저오가와 과일들을 둥실하게 모양내어 높이 괴어 올린 제물들이 모두 한낱 허세로 보일 만큼 그 숟가락과 젓가락은 남루하고, 정답고, 절실하게, 그리운 체온을 눈물겹게 머금고 있었다. 그것은 끝내 이승을 다 놓고 가지는 못하는 청암부인의 정이, 이승에 남아 우는 애자 이기채의 정을 구체적으로 떠먹는 숟가락일터이니. 이 숟가락이 아니라면 무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