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보름날 저녁에는 그야말로 한 판 걸게 풍물을 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한쪽에서는 동산 기슭에 달집을 만들어 세우려고 대나무밭이 있는 집을 찾아다니며, 주인한테 때를 얻느라고 바빴다. "보름날 이렇게 해 놓으면 낙과를 막는다." 며, 찰밥을 한 덩어리 뭉쳐서 뒤안의 감나무 가지에 얹어 놓은 기응이 달마중을 한다고, 해가 지기 전에 일찌거니 저녁을 먹고는 뒷짐을 진채 뒷동산으로 가고 "자네, 다리 밟으러 안 가는가?" 하는 수천댁의 부름에 오류골댁도 따라 나선 집에는, 강실이 혼자 남아 집을 보았던 것이다. "왜, 너는 안 가냐?" 수천댁이 강실이를 돌아보고 물었을 때, 오류골댁은 "집에 그냥 있겄다고 허느만요." 하고, 강실이 대신 대답하였다. "호기사 과년헌 처자가 조심스럽기는 허지. 그래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