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러 그렇게 두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바라보는 그의 마음이 어찌 편안하리오. 여름 지나 가을 오면 서리 내리고 상로지사, 아비의 무덤에 찬 서리 시리게 덮이는 그 냉기가 흙 속으로 뻗치어 스미듯, 제 뼛속으로 끼치는 서슬은 만동이의 무릎을 더욱 여위게 하고 떨리게 하였다. 쑥대강이 같던 봉분의 잡초들이 누렇게 말라 시들어지며 하루아침에 짚북더미로 쓰러지다가 그나마 얼어붙어 저절로 죽어 버리는 겨울. 엄동설한의 심정은 더 말할 나위도 없었다. 추위에 이빨이 부딪치는 것처럼 딱. 딱. 마주치게 시린 두 무릎을 베고. 이 허하고 하찮은 무릎을 베고. 어린 아들은 이토록 달고 깊게 자고 있는가. 아무 근심도 없이 모든 것을 아비에게 맡기고. 아부지도 이 귀남이맹이로 우주와 천지의 어린애로 돌아가서.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