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수상한 세월 시절은 하루가 다르게 수상하여 아무도 내일 일은 미리 짐작할 수가 없고 집집마다 떡쌀은커녕 싸라기조차 제 대로 남아 있지 않은데다가, 땅을 파고 몰래 묻어 놓은 제기마저 놋그릇이라고 공출을 해가 버린 뒤 끝에, 설날 차례인들 변변히 올릴 수 있었으리. 우스운 말로 놀부는 부모 제사 때를 당해도 음식 장만을 따로 하지 아니하고, 즐비한 빈 접시에 돈을 대신 올리면서 "이것은 떡이요." "이것은 전이요." "이것은 또 무엇이올시다." 하고는, 건성으로 절만 몇 번 한 뒤에 번개같이 철상을 하는데, 돈은 도로 다 쏟아 내왔다 하니, 그 식대로라면, 아무리 마음을 간절해도 없어서 못 올리는 제물 대신 검은 먹으로 주.과.포.혜 글자 적어, 조상의 신명이 부디 가여운 자손의 정성이라도 흠향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