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발소리만, 그저 다만 발소리만이라도 무엇 하러 달은 저리 밝을까. 섬뜩하도록 푸른 서슬이 마당 가득 차갑게깔인 달빛을 밟고 선 채로, 아까부터 망연히 천공을 올려다보던 강실이는, 두 손을 모두어 잡으며 한숨을 삼킨다. 함께 삼킨 달빛이 어두운 가슴에 시리게 얹힌다. 싸아 끼치는 한기에 오스스 소름이 돋는 그네의 여읜 목과 손등, 그리고 바람조차 얼어붙어 옷고름 하나 흔들리지 않는 희 저고리와 흰 치마 위에 달빛은 스미듯이 내려앉아 그대로 서걱서걱 성에로 언다. 그 성에의 인이 교교하게 파랗다. 마치 숨도 살도 없는 흰 그림자처럼 서 있는 강실이의 머릿단에 달빛이 검푸르게 미끄러지며, 그네의 등뒤에 차가운 그림자로 눕는다. 달빛이 너무나 투명하고 푸르러, 그림자는 그만큰 짙고 검다. 먹빛이다. 사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