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조그만 둥지 "만주 벌판 다 돌아다녀야 이렇게 조선 사람 모뎌 사는 데 없다."고 주인 김씨가 입버릇처럼 말하는 봉천의 '서탑거리'는, 도시의 서쪽 모서리 하늘에 걸린 철교 텐쳐 하늘다리로부터 동쪽을 향하여 시칸방까지 광목필을 풀어 던진 것처럼 하얗게 벋은 시부대로 일직선 길 양쪽 언저리 일대를 둥그렇게 가리키는 말이다. 묘한 일이었지만 이 서탑거리의 시작과 끝. 그러나까 광목필의 이쪽과 저쪽 끝자리에는 똑같이 시장과 유곽이 있었다. 거리가 시작되는 하늘다리 바로 야래, 노도구 파출소와 일본 경비대석조 건물이 양버티고 선 옆구리 골목은 일본인 전용 유곽 야나네마찌, 버들거리였고, 버들거리 입구에는 신시장이 있었는데, 동쪽으로 뻗친 도로를 따라 한 오 리 남짓, 이 킬로미터쯤 내닫다가 주춤 머물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