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탑의 높이는 구십 척, 웅대하고 화려하게 하늘을 찌르고, 둘레는 칠십 척, 부둥켜 안고 울려 해도 너무 넓었다. 조선에서는 본 적이 없는 형태의 풍요로운 관능이 차 오른 둥그런 몸통, 그 한가운데 타원형의 녹청색 조각 장식이 된 문이, 주금장식 된데다 ㅈ은 자주 속문에 겹치어 요염히 드러나고, 그것을 받친 석단의 네 모서리에 갈기 날리며 눈 부릅뜬 거대한 해태, 둥글둥글 한 켜씩 좁히며 쌓아올려 비애롭도록 장엄하게 뾰족이 솟구친 꼭대기의 정교 화려한 첨탑들은 라마교 양식이라는데, 하늘을 두른 탑의 어깨에는 풀이 나 있었다. 강모는 해가 질 때면 이 탑이 보이는 서창 앞에 내내 머물러 광대무변의 도시 너머 평원으로 지는 해와, 그 붉은 해를 등진 채 가슴으로 어듬을 받아들이며 한없이 큰 고적과 슬픔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