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구름이 퍼렇게 물들어 번진 하늘이 나지막하면서도 아득하게 광목필처럼, 거멍굴 근심바우 너머 무산 날맹이 저쪽 어딘가로 음울 스산한 자락을 드리운 아래, 홍술은 임종할 때 모습 그대로, 일흔 남은 머리털을 허이옇게 흐트러 난발하고 서 있었다. 마른 장작같이 여위어 불거진 광대뼈와 훌쭉하니 꺼진 뺨에 북어껍질로 말라붙은 거죽이며, 핏기 가신 입술을 반이나 벌린 입 속에서 적막 음산하게 새어 나오는 검은 어둠. 홍술은 시푸레한 무명옷을 입고 맨발을 벗은 채 발가락을 갈퀴처럼 오그리고, 백단이네 사립문간에 서 있었다. 제멋대로 자라나 어우러진 대나무로 울을 두른 뒤안에서 수와아아 음습한 바람 소리가 밀리며 홍술이를 씻어 내리는데, 백단이는 마침 손에 흰 종이꽃을 들고 마당으로 내려서는 중이었다. 누군가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