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납치 못마땅하게 세운 무릎에 두 팔을 거칠게 감아 깍지를 낀 채 삐딱하니 틀고 앉은 옹구네가, 깎은눈으로 춘복이를 꼬아본다. 바지직, 바지직, 무명씨 기름 등잔불에 까물어지는 얼룩이 피멍인지 그림자인지 시꺼멓게 뭉쳐서, 온 낯바닥이 맞어 죽은 귀신 모양으로 터지고 헝클어진 춘복이는 짐승 앓는 소리조차 제대로 못 내는데, 옹구네는 농막으로 내달려올 때의 기세와는 달리, 지게 문짝 문간 윗목에 오똑하니 앉아, 그러는 양을 바라볼 뿐이다. 마음이 있어도 손을 쓸 수가 없는 탓이었다. 에라이, 더러운 년의 팔짜야. 아무도 안 보는 속을 주먹으로 두드리며, 옹구네는 지난번에 강실이 업어오던 생각을 한다. 참내, 내가 아무리이 아무리 근본 없는 불상년으로 태어나서, 사람의 껍데기만 둘러썼제 어디 사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