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고 졌던 짐을 내려 멜빵을 풀어 놓은 황아장수는 때묻은 버선짝을 뽑아 벗으며, 이제는 별 도리 없이 여기서 하룻밤 자고 가야 할 사람이라, 비스듬히 바람벽에 등을 기댄다. "사람도 그러까?" 강실이를 눕히던 옹구네가 혼자말처럼 물었다. "사람?" "긍게 사램이, 바가지만 헝 거이여어 못헝 거이여?" "자다가 봉창을 뚫네. 아 왜 사람을 느닷없이 바가지다가 댄당가?" "사람은 아매 그만 못헐 거이요. 더 헌 사람도 있을랑가는 모리겄지만. 못헌 사램이 더 많제." "뚱딴지맹이로... " "비탈진 까끄막에 독밭을 매도 한 해 두 해 일 년 이 년 세월이 가먼, 티 고르고 까시 고르고 정이 드는 거인디, 사람은, 어저께끄장 너냐 나냐, 어저께가 머이여 한숨 전에 아까막새끄장 세상에 다시없이 이뻐라고, 보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