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시대에는 승려가 귀족이었지만, 조선에 들어서서 숭유억불 정책을 행하는 바람에 승려가 그만 팔반사천이 되어 버리잖었어? 노비, 승려, 백정, 무당, 광대, 상여꾼, 기생, 공장 들이 참 이런 부류에 한데 묶였는데, 찬규는 그나마 또 중의 종이었으니. 나중에야 명색이 승려가 되었다고는 하나, 냉대, 멸시, 짓밟히며 받은 천대가 오죽하였으며, 그것을 말로 다 못하고 흉중에 품은 억울 원통함과, 사람답게 한번 살아보고 싶은 소원이 오죽했을까. 천한 노예 찬규는 제 뼈를 지지며 타오르는 먹피 같은 불꽃을 재우지 못한 채, 자기와 함께 울어 울어 그 눈물 모인 파도로 이 잘못된 세상을 여한 없이 뒤집어 버리고서, 대대 로 켜켜이 누르고 조이던 신분의 족쇄를 통쾌하게 풀어 던지며, 부디 이 죄보다 무거운 굴레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