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잡설들

<<자두맛 사탕>> (1,4,3,3,1)

카지모도 2020. 12. 29. 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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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자두맛 사탕>

-한진수 作-

  

***동우***

2018.07.09 23:28

 

'한진수'의 '자두맛 사탕'

 

전에 야초님 댁에서 업어온 소설인데 검색해 보아도 작가의 필모그라피는 알수가 없군요.

작품의 결로 보아 여성이라고 짐작합니다만.

 

++++

<10년 전에도 택시에서 '빨리요. 빨리'를 외쳤던 날이 있었다. 그를 한시라도 빨리 보고 싶어 택시를 탔을 것이다. 거칠 것 없는 택시의 속도가 성에 차지 않아 운전기사에게 '빨리요, 빨리'를 외쳤다.

그 역시 나를 위해 과속을 서슴지 않았던 날이 있었을 것이다. 내게 달려오는 시간을 단축하고자 사원증을 그대로 목에 걸고 온 날도 부지기수였다.

그 모습이 예뻐 난 그의 목을 끌어안고 뭐라고 속삭였던가.

우리는 그렇게 지상의 속도를 초월해 사랑했다.

그리고 나를 향해 달리던 그는 한 순간 급브레이크를 밟고 정차해버렸다.

그 여자는 나와 자신의 아들의 결혼을 극렬히 반대했다.

궁합을 봤는데 점쟁이가 세상에 이렇게 나쁜 궁합은 처음 본다고 했단다. 그것도 모자라 내가 남편 잡아 먹을 사주라고.

그녀는 공포에 떨며 날 달랬고, 발작적으로 내게 욕을 했다.

처음에는 넘을 수 있는 벽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잘 하면 될 거라 생각했다.

그도 의욕적이었다. 요즘 세상에 그런 미신 때문에 헤어지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 하지만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홀어머니의 외아들은 효자일 수밖에 없었다.

- 그렇다고 어머니를 버릴 수는 없잖아.

그에게 관성의 법칙 따위는 적용되지 않았다.

그는 단 한 번의 휘청거림도 없이 멈추어 섰고. 능숙하게 균형을 잡았다.

하지만 내게는 큰 굉음과 함께 선명한 바퀴자국이 남았다.

그리고 우린 다시 만난 것이다. 십년 만에, 장례식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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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도우미로 일하는 여자.

남자 어머니의 극렬한 반대로 놓처버린 옛 사랑.

10년 후의 어느 날, 주검으로 나타난 남자를 조우(遭遇)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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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또 다시 내게서 떠나고 있다. 10년 전에도, 10년 후에도 그는 그렇게 나를 혼자 두고 떠났다.

나는 눈으로 그를 쫓으며 손에 든 모자와 마스크를 땅에 내려놓는다. 옷매무새를 다듬고 두 손을 모은다. 오른손을 왼손 위에 포개어 놓고 어깨 높이로 들어올린다.

그의 운구차량이 장례식장 정문을 빠져나가는 것을 확인하고 고개를 숙여 손등에 이마를 댄다. 그리고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허리를 깊이 숙인다.

오래도록 그렇게 바닥에 앉아 고개를 들지 않았다. 그것은 내가 태어나서 해본 가장 큰 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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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의 은밀한 장의(葬儀)로 사랑하였던 사람과 영결(永訣)하는 여자...

 

장의(葬儀)는 지극히 개별적인 것.

죽은 자의 어머니, 아내...

그리고 10년전 죽은 이를 사랑하였던 여자..

그가 좋아하였던 자두맛 사탕.

 

장의는 산자를 위한 것입니다.

애통함도 비통함도 그리움도 안타까움도.

죽은 자와의 인연에 따라 산자들 각각 지극히 개별적인 것입니다..

 

아아, 생각해 보기를.

보편으로 화(化)하여 자연의 편만(遍滿)이 되어버린 사자(死者)에게 무슨 개별성이 있으리오.

연애시절 남자가 그토록 좋아하였던, 고유한 자두맛 사탕.

삶의 혀에만 남아있는 그 맛...

 

아련한 슬픔이 밀려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