辨明 僞裝 呻吟 혹은 眞實/部分

1988. 7

카지모도 2016. 6. 22. 00:46
728x90




15120 1988. 7. 1 (금)


7월, 진짜 여름의 시작이다.

7월에 들어섰는데도 인사의 소식은 없다.

단체협의의 진척없음 때문으로 짐작되지만, 노조의 젊은 친구들의 시건방진 언행으로 경영진은 되게 불쾌하여 심지어 기업경영의 의욕상실 운운하는 말까지 흘러 나온다.


시편, 요한계시록 뒷부분.

밝은 쪽을 보게 하소서.


俊이의 책상, 글을 훔쳐본다.

무엇俊이를 소극적이게 내향적으로 만들고 있을까?

우리 俊이는 원광석을 묻어두고 있는 아이인데 어떻게 하면 그것을 꺼내어 빛나는 보석으로 가꿀수 있을까?

俊이의 글솜씨는 이리 훌륭한데 어미야 뭐하고 있니?


15121 1988. 7. 2 (토)


어제 낮, 틈내어 어머니께 다녀오다.


보생의원 팔렸다고.

빚을 갚게 된 어머니의 후련함.

반백년이 넘은 고가.

할아버지,할머니가 지으셨고

아버지,삼촌 고모들이 태어났고,

어머니가 몇십년 살아오신 집.

그것을 처분한 허허로움에 매일밤 우신다고.

앞으로 하나님께 파묻히시겠다는 어머니.

나는 어이 할꺼나.

그 매도금중 얼마라도 기대하는 내 속의 욕심.

J의 부업, S형어머니네 건물앞 조그만 가게.

이 꿈은 슬픈 이기심이기도 하겠으나

생활인으로서의 엄숙한 현실이기도 하는데데데...

또한 보생의원에는 분명히 내 몫의 어떤 권리도 있지 아니할까? 하는...


무덥고 무더운 날씨, 습기먹은 대기.

온종일 현장을 누비다가 솜과 같이 늘어진 육신.

그러나 뛴만큼의 효율에 대한 만족감도 있다.


모처럼 쉬어도 좋을 내일은 일요일.

俊이는 잇몸이 몹시 아프다.

가는 체구, 양같이 온순하여 더욱 순결한 내 아들, 토끼인형을 안은채 누워있는 그 포즈가 말할수 없이 가엾다.

俊이를 위하여. 俊이를 위하여 살아내야 한다.


15123 1988. 7. 4 (월)


오랜만에 편한 잠 이루다.

4시 조금 넘어 기상.

요한계시록.

어둔 소파에 앉아 기도.

하나님 나의 아버지, 아버지께서 내게 주신 그 많은 축복들을 알게 하시고 그것을 감사하게 하십시오. 이기심이 예수님 안으로 들어가 조금은 세련되게 하십시오. 추악함만 녹아있는 이기심이 아니라 배려와 이해와 따뜻함이 녹아 있는 이기심. 어머니를 도와 주십시오. 어지러이 벌려놓은 물질적인 또는 정신적인 사물들을 정리하여 깨끗한 심령으로 하나님 나라의 평안을 누리게 하여 주십시오. 이제 어머니는 일선에서 물러갑니다.

아내의 그 좋은 품성들이 아내의 나쁜 품성들을 잡아 먹게 하십시오. 아내의 영혼에 예수님을 사모하는 정이 우러나게 하시고, 자기를 창조한 창조주를 묵상케 하십시오.

아이들에게 축복을 주십시오. 남매뿐인 오누이, 사랑을 주십시오.

아버지 나의 하나님. 나의 생존에 무언가 뜻이 있다고 말씀하여 주십시오.

아내의 부업구상이 순조롭고 슬기롭게 이루어질수 있도록 도와 주십시오. 경제적인 여유가 영혼을 자유롭게 한다는 이 속물을 용서하여 주십시오.

오늘 하루 온유와 경건과 사랑을 잃지 말도록 지켜 주십시오.


월요일 아침, 숲은 아직도 바람에 수런거리고들 있다.


15124 1988. 7. 5 (화)


급박한 공정을 위해서 비가 오지 않는 것은 다행이나 중부지방의 가뭄은 심각하다고.

英이 학급 3등으로 성적 하락.

J, 걱정을 하며 英을 야단치다.

사춘기의 산만함, 우리 英이 이것을 슬기롭게 극복하여야 할텐데.

英이는 집념이 강한 편이 못되어 이것 또한 걱정.


J, 어머니께 다녀오다.

형수와 만나 얘기한 뉴스는 항상 나를 우울하게 한다.

그러나 욕심이란 악의가 아니다.

너나 나나 갖고 있는 보편적인 속성이다.


15125 1988. 7. 6 (수)


무더운 날씨.

현장이라는 동네는 무어나 무어니해도 육체로 떼우는 것이 장땡이다.

한낮, 미치도록 퍼붓는 졸음.

현장에서 내가 늘 각성할 사항.

나는 결코 특별하지 않다는 것을 부단하게 인식하는 것.

높은 곳, 보편성의 눈으로 자신을 내려다 볼 것.

자아가 만들어내는 부질없는 자기연민에서 깨어 날 것.


한 가난하고 불쌍한 실존이나 한 고귀하고 부유한 실존을 동일한 것으로 바라볼 줄아는 연습.


오랜 옛날, 공연했던 연극 '용감한 사람'중 다이크의 대사.

"내 일찍이 들은 진지한 것들 가운데

가장 기이하게 여기는 것 있나니

이는 남아의 마음속 두려움이라

저 죽음, 필연의 죽음이기에

올 것은 오고야 마는 것

비겁한 자는 죽음이 오기전 몇번이고 죽되

용감한 자는 오직 한번 죽는 법

용감한 자는 오직 한번 죽는 법"


15126 1988. 7. 7 (목)


동삼교회 부흥회.


J와 함께 늦도록 참석하였다.

길자연이라는 부흥목사- 어릿광대 약장수의 서너시간 외쳐대는 소음을 듣다.

요나의 교훈으로 포장된 내용은 교회열성! 목회자에 절대복종! 헌금 많이!.

그의 부흥이란 영혼의 부흥이 아니라 교회의 부흥을 말하는 것이다.

맘몬의 교회를 욕심내는 구걸의 노래- 예수 그리스도로 위장한 사기꾼들.

다른 종교를 욕하는 것은 차마 깡패새끼와 같다. 중놈의 대가리를 구둣발로 어쩌구 저쩌구...

길자연이라는 사람은 시종 하나님 신성을 빙자한 공갈과, 어느 인격에 대한 독선적인 조롱과 모독과, 단순 반복의 충동적 구호로 유도하는 최면효과로 점철된 부흥회를 이끌었다.

독선적 도그마의 비수로써, 제 모자란 인격의 개인적 감정과 욕심과 독선으로써, 순결한 신앙을 난자하여 광포한 맹신의 집단으로 유도코자 할뿐이다.

이 따위가 목사라니, 예수님은 울고 계신다.

심한 거부감 속에 두어시간 앉아 있었는데, 옆의 J에게 이 따위가 신앙으로 비춰진다면 어쩌나 하는 걱정.


우찌무라 간죠- 그 이가 그립다.


내일 새벽- 나의 기도는 순결하여라.


15127 1988. 7. 8 (금)


무척이나 무더운 날씨.

무더운 현장.

선뜻 한줄기 바람이 불어 끈적끈적한 살갗을 스칠 때 그 바람의 고마움, 산 위에서 부는 바람 시원한 바람 그 바람은 좋은 바람 고마운 바람... 동요를 흥얼거린다.


그러나 여름의 절정을 나는 싫어하지 앟는다.


옛난 어린시절, 정능에 살 때.

2층 창가에서 내다 본 쨍쨍한 여름 정오의 풍경화를 나는 잊지 못한다.

적요와 절정과 청결.

그 행길은 강아지 한 마리 보이지 않는, 마치 스톱모션과 같은 적요함의 극치였고, 그 태양빛의 충일함은 오르가즘이었으며 그 모든 것은 가장 순수한 깨끗함의 극치 바로 그것이었다.


나는 그런 적요와 절정과 청결을 사랑한다.

이 여름은 나의 여름이 아니다.


15128 1988. 7. 9 (토)


현장의 소음과 더움.

퇴근길 버스창가와 내 집 창너머 보이는 저토록 신선하고, 저리도록 푸루룬 초록 바다는 얼마나 다른지.

토요일 오후의 바다는 상상 속의 지중해, 에게의 바다. 그리스의 신들이 노니는 바다.

하얗게 포말로 부숴지는 파도는 포도주의 거품이런가.


그렇지만 내게.

아, 이 바다가 내게 희락을 주는가.

또는 책상위 한잔 소주가 내게 희락을 주는가.


15129 1988. 7. 10 (일)


아침, 교회가시지 못하시겠다는 어머니의 전화.

어머니는 나의 진정을 외면하시고 자꾸만 작은 아들과의 마주침을 피하고 싶으신 것인데.

돈이 무엇이관데.

그것이 나의 마음을 얼마나 아프게 하는지.


여름, 빛나는 여름.

모든 피조물이 목숨의 기쁨을 노래하는 여름.

내 집, 여기서 조망하는 바다는 그저 짙디짙은 푸른 색, 뒷산의 숲도 그저 푸르르다.

하늘도 그저 푸르고 푸르다.

만물은 애오라지 자신의 풀르름에 취하여 있다.

그러나 바다의 색깔은 그냥 한가지의 푸른 색은 아니다.

저기 궤적을 그리며 항해하는 선박의 이 편 색깔과 수평선 못미친 저 편 색깔응 완연히 다르다.

금 그은 듯 뚜렷이, 마치 지층의 단층처럼, 여러 색깔로 이루어져 오만가지 색으로 단층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쉘 실버스타인의 유모어.

"걔 엄마가 맗했다. "손가락으로 음식을 먹는게 아냐" "알았어요" 얼라리 꼴라리 맹순이가 대답했다. 그래서 걔는 다음엔 발가락으로 먹었다.'

이 책에 대한 俊의 평가는 번역을 참 잘했다는 것인데 나도 전적으로 내 아들의 의견에 동의한다.


15130 1988. 7. 11 (월)


오늘도 경건의 시간은 갖지 못하다.


작열하는 태양, 무시무시한 더위다.

복사열 때문에 강판 구조물 속의 온도는 아마 50도를 훨씬 넘을 것이다.

그 초열지옥 속에서 공정에 쫓긴 닥달로, 지지고 볶고 하는 근로자들, 나는 그들 더위에 대해서는 그저 무력할 뿐이다.


퇴근 무렵, 서면기업 김상용사장에게서 전화.

술한잔하며 슈베르트 얘기 들려달라고.

아, 단비와 같은 발음. 슈베르트...

그러나 정중히 거절, 이 컨디션으로는 오늘의 음주는 무리이다.


15132 1988. 7. 13 (수)


아파트라는 주거공간은 조금만 UTILITY의 지원이 소홀하면 그곳은 사람 살곳이 되지 못하고 만다. 그저 괴로운 구획의 살림공간에 불과하다.

이를테면 이 공간에 오늘처럼 물이 나오지 않을 때 나의 신경질은 폭발한다.


안개드리운 아침바다.

물이 없는 이 공간에서의 조망.

영혼의 물까지 말라버린 이 불모의 공간에서 바라다 보이는 저 먼 바다의 안개는...


15133 1988. 7. 14 (목)


어제도 역시 불볕더위.

현장을 돌며 중얼중얼.

상황이 싫어! 상황이 싫어! 내가 처해 있는 온갖 상황이 너무 싫어!

탱크에 들어가서 아으! 아으! 악을 써 보기도.


나는 정신병리학적인 증세가 있다.

세척강박. 혹은 청결예배의 신경증.

죄악감의 세척으로서의 신경증인지는 모르겠으나 일단은 육체적인 더러움을 참아내지 못한다.

또는 환경의 불결을 참아내지 못한다.

정리정돈과 있을 곳에 있을 것.

현장도,어머니도,내 마음도,이 여름도 모두가 불결하다.


기도는 형식화한 입술의 달싹거림, 사무침이 없는 형해화한 기도.


15136 1988. 7. 17 (일)


어제 사조산업으로 부터의 목장원 갈비먹기 회식 향응, 생산부 전직원 근 50명.


마냥 게으른 일요일.

교회는 아예 갈 염도 먹지 않은채 누워 뒹굴다.

어머니를 생각하고, 직장을 생각하고.

그 어긋남들을 생각하고.

아련하게 사무처오는 비애, 아픔.


비 흩뿌리는 바다. 오후들어 개다.

KH근 에게서 전화. 만나자고,

만나기 싫으면 습격하겠다고.

피하고자 하여 구차한 변명을 대고 사양하고 만류한다.

이 탓은 과연 게으름 뿐일까?


15137 1988. 7. 18 (월)


어제 저녁, 결국 PS곤 과 KH근 찾아오다.

늦도록 맥주.

진부한 얘기들, 관념화된 예술론이 작금의 내 현실에 무슨 흥미있으랴.

밑도 끝도 없이 대화를 이어간다.

그러나 내게는 소중하고 선량한 친구들이다.


월요일.

비교적 온유한 하루 일과.

흐린 날씨지만 비는 내리지 않다.

신입사원받다. 부산대학 조선공학과

최민종.


이俊.

우리집 살림꾼, 우리집 걱정쟁이.

녀석에게는 아빠, 엄마, 누나 이것저것들의 집안이 걱정스런 모양이다.

아빠 엄마 英에게 사랑이 넘치는 녀석의 의식.

그것은 아마 우리 俊이의 군거적 무엇.

나는 이것에도 행복해야 하리라.


15139 1988. 7. 20 (수)


김신의 소설 '쫄병시대'

그의 예전 소설 대학별곡은 썩 좋게 읽었는데.

이 소설은 그 아류에 급급하여 공연히 현학적이고 심각한 듯 풀어놓지만, 실은 군대생활의 에피소드의 나열이다.

그렇지만 매우 재미있다.

재미있으면 그것이 바로 소설인줄 깨닫게 한다.

나의 군대- 유치찬란하였으나 그래서 아름다웠던 젊은 날의 한자락이 슬픔처럼 떠오른다.


15140 1988. 7. 21 (목)


어제 대취.

신입사원 최민종 환영명목.

해맑은 그 친구가 이 살벌한 조선소 현장을 잘 헤쳐 나갈까하는 염려.

현장을 살아가는데는 특이한 재능이 있어야 한다.

무딘 신경, 철가면, 공갈, 독선 그리고 위선의 말솜씨.


아이들 방학.

英이 학급 2등, 전교 13등.

俊이 올 秀.

기쁘고 대견한 내 아이들.


내일 새벽 경건하여라.

감사하여라.


15141 1988. 7. 23 (토)


어제 또백이 형과 대취.

일식집에서 시작하여 그의 집까지 올라간다.

건장한 영도 깡패, 그도 늙고 나약해져 있고.

보생의원- 또백이형.

어머니.

봉래동 사창가 검진소...

그는 어머니께 충실하였다.


흐린 날씨.

때때로 빗발 뿌린다.


숙취와 피곤 속의 현장.


그 싸움터에서 겨우 귀환한 남편에게 그러나 J의 따뜻함은 없다.


15143 1988. 7. 24 (일)


일요일 강당에서의 건강검진.

현장 들를까하다가 용기를 낸다.

"에라이, 현장은 저대로 굴러 가겠지."


모른 척하고 시내나가서 마음 다잡고 열권의 책을 산다.

탈무드 서점과 문우당서점. 좋은 책은 어디에 있다고 말할수 없다.


말콤엑스의 연설문집 '민중에게 전하는 메시지'.

함석헌 '씨알의 이야기'

이제희 목사 '신에게 가까이'

N 쿠치키 編 '현대의 신'

에리히 프롬 '사랑의 기술'

김승옥 에세이 '싫을 때는 싫다고 하라'

김지하 에세이 '나의 어머니'

지난 잡지 몇권 '음악동아'

영화를 좋아하느 英이를 위하여 '명화 100년'

俊에게는 쉘 실버스타인 '아낌없이 주는 나무'


내 시간의 틈바구니에서의 여유를 이토록 열망하는데.

독서의 시간.


15145 1988. 7. 26 (화)


몹시 불어재끼는 바람.

저 먼나라에서 휘몰아 처온 바람이 우리 집까지 찾아와 창문을 때려 흔들어 댄다.

아직 밝으려면 멀었나?

저 아래 차도의 가로등에 뿌연 빗발이 보인다.

기도.


15146 1988. 7. 27 (수)


어제 하루 종일 비.

제2현도장 보강벽을 쌓는데 그야말로 노가다.

콘크리트 짐통, 땀목욕, 뻐근한 어깨죽지.


덕분인가. 간밤은 편한 잠 이루었다.

새벽.

기분 좋은 육체의 뻐근함. 노동은 유쾌한 것.

운동이라도 하여 이 뻐근함을 유지해야 하는데..

俊 일기장 훔쳐 본다.

훌륭한 글솜씨, 그 페이지마다 코멘트를 달아 놓은 俊이 담임선생님도 보기드문 교사같다.

좋은 선생님을 만난 俊이는 행운이다.

俊이의 일기 곳곳에서 구체적으로 적시한바는 없으나 그아니의 고독과 부모에 대한 간절한 바람같은게 녹아있다.

참 현명하지도 못한 우리 부부.

개선하자 아내여.


15147 1988. 7. 28 (목)


어제 하기휴가 전날.

내일이면 현장을 잊어도 좋다는 마음은 참 홀가분하기도 하다.

추적추적 비내리고, 퇴근하며 화신기업 김사장의 술 마신다.

맛은 없고 돈만 비싼 그 술집들은 몇차까지 하였던가?

그가 주는 봉투도 반갑지 않을 이유가 없다.


휴가 첫날.

그러나 나의 휴가첫날은 비디오 감상과 책일기가 고작이다.

스페인영화 '세뇨라' 시종 어두운 톤으로 느린 템포, 한여인의 성적인 개성과 인생.

말콤 엑스- 어떤 열의에 들뜬, 매혹적인 구라를 풀줄아는 혁명가. 그의 지껄이이듯 하는 그 연설을 읽으면 진짜 미국사회가 적나라하게 떠오른다.


오전 바람불다가 오후부터 푸른 하늘자락 엿보이다.

바다- 천만가지 색으로 펼처있는 나의 바다.

푸르고 파랗고 코발트였다가 옥색이기도 하고 쪽빛이 저러한지, 또는 붉기도 하다가...

짐승의 잇발같은 파도를 끊임없이 태종대 해변으로 파견하고 있는 아, 저 바다의 심장은 과연 무슨 색깔이란 말인가?



15149 1988. 7. 30 (토)


느긋한 기분도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하는 휴가 3일째.

어제 박두성, 박필갑, 박세동등과 마루에 둘러 앉아 마셨다.

J가 쑤어놓고 나간 닭백숙과 맥주와.

그리고 야한 비디오보기.


J와 아이들과 나가다.

지하 코오롱상가, 롯데 1번가.

쌓여있는 상품 상품들- 물질주의의 향연.

그 물질 속을, 네식구 헤집고 걷는다.

피곤- J 또한 내가 하자는데로 '네'하고 따라 주는 법이 없다.

이리가자면 저리가자하고, 저리가자하면 이리가자하는게 꼭 일부러 그러는 것 같다.

물질주의 사이를 걸어 다니는 것도 피곤하거니와 이런 J의 버릇 역시 피곤하다.

이 단란함은 피곤이다.

이 짓은 좀 삼가리라.


15150 1988. 7. 31 (일)


화창한 일요일.

내일이면 다시 출근이다.


여름은 이제 오르가즘을 맞고 있다.

햇빛, 바다, 수목.

절정의 풍요.


교회는 가지 않는다.

어머니...


내일 새벽 경건하여라.

경건하던지 경건치 않던지 하나님의 손길은 내게 작용하신다.



'辨明 僞裝 呻吟 혹은 眞實 > 部分' 카테고리의 다른 글

1988. 9  (0) 2016.06.22
1988. 8  (0) 2016.06.22
1988. 6  (0) 2016.06.22
1988. 5  (0) 2016.06.22
1988. 4  (0) 2016.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