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78 1991. 9. 2 (월)
꿈- 게으른 하루를 보내고 난 다음에 나타나는 난삽한 내용, 사촌여동생들, 媛이.
배변강박과 섹스가 혼합된.
올리버 스톤 감독 '7월 4일생'.
밝고 따뜻한 환경에서 살아가던 한 청년이, 국가라는 사기집단이 해병대의 멋진 제복으로 꼬시는 국수주의적 애국심에 현혹되어 베트납 전장에 투입된다.
지옥과 같은 그 전쟁터에서 하반신 마비, 일생을 휠 체어에서 보내야 하는 전상을 입는다.
귀국하여 그가 유일한 자부심으로, 만신창이 몸뚱이의 가치를 부여하는, 국가를 위하여 희생한 전쟁영웅이라는 의식도 당시 몰아 치는 반전열기 앞에서 무색키만 하다.
그는 비도덕적인 전쟁의 하수인으로서 한갖 희생자일 뿐인 것이다.
또한 깊은 의식 속에 자리잡고 있는 전쟁터의 기억들- 민간인과 어린애를 살해하고, 그 와중에서 동료를 살해한 죄의식, 그 죄의식은 상관의 설득으로 일순간은 극복되는 듯 하지만, 그 전쟁의 부도덕함이 부각될수록 그는 죄의식으로 허덕인다.
극명한 현실감각으로 부각시킨 월남전의 의미.
올리버 스톤은 대단한 감독이고 탐 크루즈의 연기는 뛰어나다.
나의 군대시절과 같은 시기라서, 그 배경은 더욱 리얼하게 다가온다.
'대화' 김용옥의 엘리트의식.
끝모를 시건방짐에 혐오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해박한 지식과 유니크한 사고방식은 시종 나를 압도하여, 과연, 과연,하고 중얼거리며 고개를 주억거리게 한다.
월요일 아침, 모처럼 베토벤의 합창 걸어 놓는다.
오이겐 요쿰, 암스텔담 콘서트헤보우.
16279 1991. 9. 3 (화)
꿈- 俊이와 나는 서독에 이민을 가 있었다. 넓고 한적한 한옥의 주택에 살고 있는데 전위 미술가가 俊이였는지, 나였는지는 확실치 않다. 俊이에게 한국의 누가 제일 보고 싶느냐고 하였더니 S형 이 형님과 S형 이 어머니라고 대답한다.
이번 승진 심사에서도 최태용과 강창원은 탈락할 듯, 특히 최태용의 불만은 아마 대단할 것인데 그를 다독거릴만한 논리를 나는 갖고 있지 않다.
회사의 인사 형태는 원칙도 없고 안목도 없는 결정권자의 마음먹기 탓이다.
俊이 어제 시험.
외국어는 할려면 철저하게 해야 한다.
俊이 대학 들어가기전에 외국어 하나는 완벽하게 마스터하게 하고 싶다.
이제 외국어는 세상살이에 필요 불가결한 도구다.
다행히 俊이는 영어에 관심이 높은 편.
옅은 새벽 안개.
저 밑 어디선가 연기가 오른다.
문득 맡아지는 가을 냄새.
16280 1991. 9. 4 (수)
어제 밤 퇴근하여 내 방 책상 앞에 앉아서 입으로는 소주를 마시며, 눈으로는 김용옥을 읽으면서 귀로는 흘러간 팝송을 듣는다.
그 때 하잘것없는 벌레 한 마리와 아주 신기한 놀이를 하였다.
채 3mm 도 안되는 하루살이 한 마리, 내 손가락 끝에 앉아서 놀았는데, 이 녀석이 내가 명령하는대로 왼손, 오른손, 이 손가락, 저손가락 또는 공책위로 내가 뜻하는대로 날아다니면서 30분 이상을 나와 놀아 주었다.
그 녀석을 왼손 검지 끝에 앉게하여서 스탠드 불빛 가까이 데려가서 가만 있으라고 명령하고 나서 오른 손으로 그 녀석의 모습을 스케치하였다.
녹색의 머리와 몸통, 가슴 부분에는 삼각의 멋진 마후라를 두르고 두 개의 더듬이와 네 개의 다리는 가냘프지만 품위있는 생김새다.
사랑스런 한 마리 하루살이는 내 사랑에 따라서 자신의 생명을 바처서 나를 신뢰하여 주었다.
한참을 나와 놀다가 俊이가 들어서자 휙 날아가 돌아 오지 않는다.
아침에 잠이 깨어 그 녀석을 생각하고는 나는 그 푸른 녀석에게 이름을 지어 준다.
로빈......
꿈- 예전 로이드 검사관 솔트와 그의 아내.
보생의원의 2층에서 나는 그와 작별을 하는데 솔트는 나를 껴안고 운다. 곁에는 대훈이가 서있고.
대만의 출장지, 사무소에서 내려다보는 거리에서는 마약빌매꾼의 체포작전이 벌어지고 대훈이는 그곳에서도 나와 함께 있다.
외국인, 외국어에 대한 어떤 강박이 내게 있었던 모양이다.
오늘 아이들 체력장.
英이- 100M ,1000M 달리기, 매달리기, 넓이뛰기, 윗몸 일으키기.
俊이- 100M ,1000M 달리기, 턱걸이, 넓이뛰기, 윗몸 일으키기.
햇빛 없는 흐린 날씨라서 다행이다.
16281 1991. 9. 5 (목)
어제도 역시 습기찬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다.
英이도 俊이도 체력장 만점을 받았다.
그런데 俊이가 턱걸이를 9번이나 하였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내 아이들은 결코 약골들이 아니다.
고마운 일.
부서장과 직반장들 우리집 뒷산의 닭집에서 회식.
닭백숙은 상위에서 식어가는데 박상무의 장황한 연설은 도무지 그칠줄을 모른다.
먹고 마시던중 나는 슬쩍 빠져 나와 버린다.
다소의 바람이 있다.
그러나 공기는 후덥지근하고 끈적끈적하다.
16282 1991. 9. 6 (금)
꿈-
바다 끝에 섰다.
기인 방파제, 천지에는 오직 바다와 하늘 뿐인 허허한 공간에 한줄로 길게 뻗어있는 방파제의 끄트머리.
밀물이 들어오며 시퍼런 파도가 넘실대며 발끝을 적신다. 그 깊이 모를 싯퍼런 바닷물이 무서워 몸을 돌린다.
육지를 향하여 필사적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만조가 되었는지 바닷물은 사방에서 방파제를 차츰 삼키려는 듯 차오른다.
나는 육지에 이르러서도 계속하여 달려서 어느 산길에 이른다.
두메의 산골마을, 그곳 시골 호족인듯한 고가의 큰 집에는 정말 사랑스러운 산골처녀. 강계주부장이 그녀의 오라비이다. 나는 그녀를 사랑하려 하는데....
싯퍼런 바닷물은 분명 나의 무의식의 상징언어이다.
무의식이 나에게 무슨 경고를 주고 있는가.
연일 기승을 부리는 늦더위.
새벽마다 어딘가에서 언뜻 맡게되는 가을 냄새는 내 마음 탓인가.
지금 새벽바다는 청색조의 고즈넉함이다.
그러나 청회색의 구름 사이로 내비치는 아침 해는 진홍빛.
俊이에게 고등학교 졸업전까지 일본어 하나를 마스터하도록 내가 직접 가르처 주기로 마음 먹는다.
일본어 하나만 자기 것으로 만들어 놓아도 俊이에게는 굉장한 도움이 될 것이다.
금요일, 소각로 설치공사, 방진망 설치공사, H/COVER 외주공사, 내업공장 지붕 칼라시트 교체공사... 산적한 일거리.
16283 1991. 9. 7 (토)
한낮에 예술영화의 한 시나리오를 머릿속에서 창작해 본다.
나의 꿈, 그 무의식의 세계를 상징적으로 영상화한 영화.
초현실주의적으로 일종의 의식의 흐름 수법, 그러나 리얼리즘을 벗어나서는 안된다.
렌즈에 여러 종류의 모노크롬 필터를 이용하여 단색조의 다양한 톤으로 무의식의 분위기를 연출하고.
바다, 가이없는 바다와 길다란 방파제, 파도의 포말이 넘실대는데 달리는 청년.
산과 두메 마을과 사람들, 그 사람들은 구체적으로 내 피붙이들을 묘사하고.
야외의 어떤 가옥, 그 정원에서는 가을 분위기 가득.
가을이란 분위기의 냄새, 그리고 그것은 어떤 관계들의 냄새인데, 영상으로 그 냄새를 어떻게 표현하는가가 관건이다.
관계가 만들어 내는 냄새, 그 냄새가 영상에 가득하고.
종장에는 산과 육지가 배처럼 떠나간다. 강물위를 떠나가는 배처럼.
청년은 언덕 비탈에 서서 떠나가는 산과 육지를 바라보며 노래를 부른다.
육자배기나 판소리 가락을 청승스레 불러재낀다.
16284 1991. 9. 8 (일)
어제 POSCO의 강재운반선, HATCH COVER 조립공사를 신아기업과 계약 체결하다.
톤당 8.5공, 결코 적은 공수책정이 아니다.
토요일 퇴근하며 빌린 비디오 2편, '미저리' 와 '가리큘라'
J와 英이까지 둘러 앉아서 미저리 감상.
서스펜스의 대가라는 스테판 킹의 원작. 캐시 베이츠와 제임스 칸 주연.
편집광의 한 여인에게 외딴집에서 꼼짝없이 사로잡힌 인기 소설가.
재미있는 서스펜스.
꿈- 옛날 비상계획실 이부장, 서울법대에 육군중령 출신.
노상 술에 찌들어 있는 알콜 중독자, 꿈 속에서 그는 변태성욕자로 등장하였는데 J의 가슴에 손을 쑤셔넣는다.
나는 채찍으로 그를 후려친다. 피투성이가 된 그는 뱀처럼 꿈틀거리고 갑자기 피부가 새하얗게 변한다. 하얀 살갗에 새빨간 피의 색감대비는 전율과 같은 어여쁨이다.
이 꿈은 분명 에로티시즘인데..
일요일, J는 또 S형 어머니와 팔공산으로 새벽에 떠나다.
그곳에는 입시에 영험한 무엇이 있다고
16285 1991. 9. 9 (월)
아침 저녁의 서늘함에는 가을기운이 돌지만 한낮의 늦더위는 기승을 부린다.
J의 성질, 산바람을 쐬고 와서는 서슬 퍼렇게 신경질을 부려댄다.
설거지가 어떻느니 물을 떠오지 않았느니 하면서, 무엇에 심기가 틀어지셨는지 거친 몸짓과 말짓으로 집안을 어둡게 가라 앉힌다.
英이 이제 며칠이나 남았는가.
대학 입시의 언질만 하여도 지레 인상을 찌푸리고, 그러나 TV 앞에는 악착같이 앉아야 하고.
어제 일요일 학교에나 제대로 간 것인지, 가서는 제대로 공부나 하였는지 아비의 노파심은 끝이 없는데.
꿈- 작은 아버지의 장례식, 거대한 저택에 회사사람들도 모두 문상을 왔다.
정계, 재계의 거물들 득시글.
그런데 작은 아버지는 죽지 않았고, 내 손목을 잡고 남대문을 거쳐 서울역으로 가서 부산가는 기차를 함께 탄다.
16286 1991. 9. 10 (화)
박상무의 까닭모를 신경질.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염과장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어대더니 급기야는 면전에다 결재서류를 집어 던진다.
그것이 가연성 폐기물 수집에 관한 건이라면 그는 터무니없는 신경질을 부리는 것이다. 나는 이미 간곡한 공문을 기안하여 올린바 있고 운반구와 수집함등을 디자인하여 제작하였고 이의 발송과 지급을 수차례나 제안하였었다. 이런 내 만류도 소용없는 그의 염과장 개인에 대한 신경질이다.
직장생활에서 제일 비참할 때는 바로 보잘것없는 인격앞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때이다.
표현하는 정의와 논리 속에 숨겨진 본질의 야비함이 뻔하게 얼굴을 보이고 있는데도 속으로만 침을 뱉는 그 때.
꿈- 육영수여사와 전두환. 감정싸움, 나는 전두환씨의 비서. 쌍갈래 폭포가 떨어지는 계곡에서 두사람의 화해를 주선하는 나.
커다란 천막 내무반에 설치된 난로같은 소각로, Y부장과 설계부사람들 등장.
유추컨데, 박상무의 카리스마에 대한 강박과 미우라 메이커 엔지니어가 오늘 오기로 함에 따른 부담이 작용한 내용인 듯.
3시를 조금 넘은 시각에 기상.
내 방에 앉아서 요한복음 6,7장을 소리내어 읽고 기도문을 낭송한다.
사르르 번져오는 새벽의 그리움, 태고의 경건을 향한.. 그 분의 말할수 없이 부드러운 이미지를 향한...
주여 경건을 회복하소서.
내 안에 계신 나의 주여. 이제 일어나 경건을 회복하소서.
새벽 별.
나는 행복하게도 별이 정녕 보석처럼 빛나는 창을 갖고 있다.
어둠을 도파 산에 가려하는 새벽 5시 30분.
16287 1991. 9. 11 (수)
어제는 늦더위 속을 좀 바쁘게 뛰었다.
일본 메이커와 소각로 체크, 일본인의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겠다는 생태적 자세는 늘 감탄스럽다.
일을 대하는 그 성실함등, 일본인은 적어도 한국인보다는 훌륭하다.
그러나그들은 기교적이고 세련됨에 있어서 그러하지만 한국인은 또 다른 측면, 뚝배기같은 정같은 것에서는 더 나을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다자이 오사무와 우찌무라 간죠를 보편적인 색감으로 갖고있는 그들의 문화가 부럽다.
그렇지만 우리에게는 李箱이 있었고 김교신이 있었구나.
16288 1991. 9. 12 (목)
올 늦더위는 다소 지나치다.
9워로 성큼 중반에 들어섰는데 한낮의 30도는 좀 너무하지 않는가.
소각로 일본 메이커와 시운전 마치다.
그들은 토요일 귀국하기로 하고, 그 때까지 자체 가동하면서 문제점을 찾아 어필하여야 한다.
산적한 업무들.
도면그려야 할 것이 2건.
박상무의 하고잡이 기질은 총무, 수리선부에 속하는 업무들이 내 책상 위에 쌓이게 한다.
英이 시험 90일전!
16289 1991. 9. 13 (금)
어제 SB-383 멋지게 미끄러져 내려가다.
FAT진수는 언제 보아도 멋진 기술의 결정이다.
협성해운 왕상은 회장, 200만원의 寸志.
소각로 본격 가동, 최태용은 종일 그곳에 붙어있다.
일본인은 오늘도 들러서 철저한 사후관리 자세를 과시한다.
소각장에 사장과 Sh씨 다녀가고.
퇴근하며 부서에 배당된 왕회장의 촌지로 직원들 데리고 회식.
결국 취한다는 건 필연이다.
금요일 아침, 6시30분 겨우 일어나. 변소생략, 면도생략, 머리감기 생략, 훌쩍훌쩍 세수만 헤치우다.
작취미성의 아침, 그러나 잠시 기도드리는 마음밭은 결코 더럽지 않음을 나는 알고 있다.
16290 1991. 9. 14 (토)
밤새 아우성치는 바람때문인가.
꿈에 시달리다가 회색수면 이루다.
서로간에 아무런 연관도 없는 손철수, 왕성규, SJ엽 등이 등장한다.
어느 대학의 페스티발, 작은 어머니와 좋은 환경에서 으스대는 사촌들 등장하여 전혀 낯선 부르조아의 문화를 과시하는데...
소외감과 열등감에 시달리는... 난삽한 내용.
어제 소각로 메이커의 서류에 싸인하여 주고 그들은 출국하다.
구주산업(주)라는 엉터리 회사, 사장 부사장이라는 사람들의 행태는 사기꾼을 방불케 한다.
우리 사장의 친구라는 빽으로 칼라시트 공사를 맡았는데 너무나 엉터리다.
태풍이 다가와 이토록 바람이 거센데, 건설 내업공장 지붕위에 자재들을 잔득 쌓아 놓은채 코빼기도 뵈지 않는다. 칼라시트도 어디서 묵은 재고들을 구해 왔는지 색깔이 통일되지 않고. 책임감, 계획성 게다가 기술까지도 없는 사람들같으니.
여기저기 수배하여 반장이라는 사람을 찾아 지붕위의 자재들을 lashing하여 응급조치하여 한숨 돌린다.
태풍의 영향권에 들어서 새벽 하늘은 검은 구름이 가득하고 바람에 실린 빗방울은 유리창을 두드려 댄다.
새벽, 이틀동안 묵은 때를 벗겨내고 쏘르의 기타곡 '주제와 변주'를 듣는다.
모처럼 보는 英이, 그 커단 눈은 더 커진 것 같고 입술은 부르튼 것도 같아 안쓰러운 모습의 딸네미.
16291 1991. 9. 15 (일)
토요일, 넉넉한 오후.
사무실 나서서 이덕찬씨와 마신다.
부드런 여성적 감성넘치는 마담의 만수무강, 태종대 88 맥주집, 종장에는 이덕찬씨의 집에 까지 가다.
며칠째의 회색수면도 간밤의 숙면으로 그 찌꺼기가 사라진다.
술은 간밤의 숙면에 일등 공신이다.
어떤 고뇌스런 테미라도 마시고 난 이튿날에는 그 색깔이 변하고 만다.
이런 술의 긍정적인 모습은 때로 신기하기까지 하지만 글쎄, 이것의 지속성과 진실성은 어떠할지.
순간의 고양과 순간의 도취는 순간의 논리로 춤추는 디오니서스의 속성일뿐.
아침, 작취미성의 눈에 들어오는 아침바다는 유난히 아름답다.
수평선 위에 떠있는 뭉게구름의 덩어리 덩어리는 꼭 있어야 할 그 자리에, 꼭 되었어야 할 그 모양을 이루고 떠있다.
전체적으로 청회색 도는 색조는 꼭 그렇게 지녀야 할 색조로서 고즈넉한 태고의 신비한 빛으로 그렇게 펼처져 있다.
이윽고 태양이 떠 오르고.
이 신비로운 색조가 서서히 걷히면 또 일상의 진부한 느낌으로 가득차게 될 바다와 하늘.
아, 느낌이란 얼마나 허무한 것이랴.
멀리 차 달리는 소리, 개 짖는 소리, 시계의 초침 소리.
새벽의 이 정일함이여.
16292 1991. 9. 16 (월)
아침 저녁으로 추색이 완연하다.
한낮 언제라도 커튼 사이로 내다보이는 숲과 하늘에는 가을 냄새 가득하여 쓸쓸하고 투명한 정서를 자아낸다.
일요일을 J와 俊이와 노닥거리면서 소일한다.
독서라던가 그림이라던가 음악감상같은 고상한 쪽의 시도는 할 염도 품지 않은채 순간의 재미에 빠져서 TV 앞에서만 앉아있는 속물의 여가.
이 속물적 타성을 그예 극복하지 못하겠는가.
이 물음에 대하여 나는 단호하게 아니, 아니다!라고 대답한다.
논리- 도올 김용옥의 논리를 따라가다 보면 너무나 단순 명료하여 쾌도난마의 즐거움이 따른다.
그리고 그 종횡무진한 논리의 비약이라니.
아프리카의 검다는 것이 어째서 그노시즘과 연관이 되고, 태극의 음양오행과 상통하는지, 그 논리의 장난에 그저 그래, 그래하고 내 생각도 함께 비약하지만 나의 내부에서는 아우성치는 목소리가 있다.
이상하다, 따라가지 마라하는
김용옥의 정곡을 찌르는듯한 통찰력과 의표를 찌르는 기발함은, 뛰어난 두뇌를 갖은 젊은이가 방대하게 지식을 습득하여 두뇌창고에 그득그득 쌓아놓은 지식 자체에 대한 반항, 하나의 역논리, 하나의 슬픈 몸짓이 아닐는지.
현대를 횡행하는 역사의식, 시대정신 철학 나부랑이의 빈틈을 간파하여 그 자신이 거부하는 머리속 창고의 지식을 동원하여 그 빈틈을 공격하는 것은 아닐는지.
그는 링으로 뛰어 오르며 누구든지 덤벼 보라고 천진하게 뽐내고 있다.
그러나 그는 어릿광대는 아니다.
굉장히 훈련받은 지성의 엑기스다.
그런데 그를 인식하는 나의 느낌이란 '엉너리붙는 하나의 아이디어'에 불과한 사람으로 자꾸 치부하고 싶다.
월요일 새벽, 보일러의 BURNER가 고장이 나서 찬물 뒤집어 쓴다.
요즘 읽는 책들.
서머셋 모옴 '어센덴', 추리소설 '백모살인사건' 이 소설의 번역자는 중학교때 내 담임인 영어선생이다. 프레드릭 프렛드 '천국엔 새가 없다'.
16293 1991. 9. 17 (화)
여름제국은 급격히 스러지기 시작한다.
소슬바람이 선듯하기도 한 어제는 간밤의 회색수면으로 곤비한 하루를 보내다.
회사의 식당에서 점심 메뉴로 나온 김치국.
그것을 먹고 있으려니 아련한 기억 속의 어떤 장면이 떠오른다.
고등학교 시절의 보생의원, 함안댁 아줌마가 끓여 내주던 김치국밥, 안방에 여러 사람들 둥근 상에 둘러앉아서 훌훌 먹던 그 맛의 기억.
어제 낮의 이런 회억은 어김없이 간밤의 꿈을 장식한다.
할아버지 할머니 계시는 2층방, 안방의 함안댁과 애순이, 아랫방의 작은아버지 작은어머니, 건넌방에는 아마 주희가 있고.
나의 독립된 공간이 그리워 전전긍긍... 또 다른 줄거리가 오버랩된다. 생전 만나본 적도 없는 작가 윤정모와의 정사, 그녀의 반미논리는 끝이 없고, 똥이 흘러 넘치는 더러운 변소.
어제 생맥주집의 옆자리 졸부들의 대화.
싱가포르, 사슴피, 몇억을 돌리고하는 내용.
짐짓 경멸의 폼을 잡는 것은 실은 내 지독한 부러움이다.
16294 1991. 9. 18 (수)
청자빛 하늘의 투명함은 차라리 슬픔이다.
청아하고 소슬한 대기는 오히려 비애다.
가을나무의 청초한 자태는 퇴락한 늙음이다.
가을- 풍요는 지고 조락의 슬픔, 결실보다 죽음의 예감.
고갯마루에 올라선 기쁨은 이제 거두워 챙기고 내리막길을 터덜터덜 내려가려는 자세.
내리막길의 막다른 곳은 미지의 피안.
그러나 그 세계는 결코 떠들석함이 즐거움이 아니라 적요한 침묵의 영원.
가을은 말하자면 죽음의 예감으로 채색된 정서.
추석은 9월 22일, 어머니는 서울 가신다고.
피붙이끼리 모이는 명절.
이 산업사회의 소용돌이 속에서 제가끔 흩어져 허덕이며 살다가 명절날 그들은 모인다.
모여서 나누는 대화가 지극히 조야한 경제논리의 쓰레기같은 내용일지라도, 때로는 피붙이끼리 쌈박질을 벌이더라도, 그들은 한사코 모인다.
그들은 운명적으로 소속되어 있으며 그들은 그 숙명을 근원적으로 사랑한다.
그 숙명의 관계가 자신을 형성하였음을 그들 누구나 알고있고, 그 관계들을 그들은 가슴 떨리게 사랑하고 있다.
내게는 없는 그 고향, 그것을 그들은 갖고 있다.
16295 1991. 9. 19 (목)
명절이 임박하면 여기저기서 범람하는 선물꾸러미나 상품권 혹은 흰봉투들.
그것의 향방에 따라 그 사람 직책의 끝발이 극명하게 구분된다.
내게도 그것에 대한 욕심이 넘쳐나고 있고 나는 그것을 조금도 부끄러워 하지 않는다.
물질의 풍요는 내게도 엄연한 우상이다.
하나님의 가장 큰 계명인 '우상을 숭배하지 말라'는 금기를 당연한 폼으로 깨부수는 이 자본사회의 이단자들.
퇴근하여 돌아와 칸소네 들으며 소주마신다.
뒤적거리는 20여년전의 일기장.
광포한 젊음, 다스려지지 않고 절제가 없는, 게다가 중심도 철학도 사상도 부재한 카오스의 정신상태.
오직 유치한 감상과 추상의 미를 향한 막연한 열망만을 뜨거운 불덩이처럼 가슴에 껴안고 그것에 데이면서 몸부림첬던 젊은 날.
그 때는 J를 제법 사랑하였고.. 하였고...
아아, 슬픔과 허무와 유치가 찬란하였던 나의 시절이여.
신문에서 오려 둔 샤갈의 그림.
그곳에 내 고향이 보인다.
새벽.
英이를 도와 주소서!
16296 1991. 9. 20 (금)
나의 살아 온 날이 오늘로 16296일째가 된다는 것은 확실하다.
컴퓨터 스프레드 시트로 1947년 2월 7일을 1일로하여 주욱 뽑아내다.
몇병의 양주, 몇장의 상품권.
박상무는 제법 고가의 녹용,인삼,봉밀의 엑기스 선물을 내게 준다.
내일부터 3일의 추석 연휴.
어머니는 내일 아침 일찍 서울가시고, 어머니 없는 추석모임은 생각만으로도 썰렁하다.
어둔 방에서 4시도 안되어 눈이 떠지자, 하얀 커튼 사이로 빛 한점이 눈에 박힌다.
별, 새벽 동쪽 하늘에 별하나.
어둠 속에서 그 별빛은 더욱 영롱하다.
16297 1991. 9. 21 (토)
모두 떠나고 있다. 한민족의 피는 설레인다.
피가 부르는 그리움을 향하여 불나방이처럼 제가끔 자기들의 불을 향하여 모여든다.
2천만의 대이동.
세계 어느 민족에게서 이런 현상을 찾아볼수 있을까.
한민족은 아직은 아름답다.
허지만 이 아름다움도 아마 곧 스러질 것이다.
나는 이미 그 아름다움을 잃고 말았지만.
화신기업 김동명사장 모친상.
퇴근하며 박상무와 문상.
한가위 제사를 모시는 사람은 그런데 가는 법이 아니라나?
나는 아랑곳없다. 설사 내가 제사를 모시더라도 아랑곳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확실히 한국인의 보편적인 가치관이나 정서에서 벗어나 있다.
비디오 테이프 빌려 돌아 오다.
'토탈 리콜' S.F적 상상은 절묘하지만 스필버그의 아류 냄새나는 세트와 소도구들은 어딘가 어설프다.
16298 1991. 9. 22 (일)
어제 비디오로 본 두편의 영화.
'부루크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
매우매우 좋은 영화, 가슴 시리게 좋은 영화이다.
1950년 초의 뉴욕 부루크린의 모습이 리얼하고 담담하게 펼처진다.
노조의 파업으로 오히려 생의 활기를 찾게 되는 해리, 어느 계제에 그의 육체 내부에 숨어있던 동성애 기질이 분출되어 그는 인생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지만, 조합에서 쫓겨나자마자 급격히 몰락하고 만다. 이제 돈이 없으니 그의 동성애는 어찌 할거나.
트라라- 쓰레기같은 삶을 사는 여자, 풍만한 육체만으로 퇴폐와 악덕을 일삼는 그녀에게 순진한 이등병의 순정은 그녀에게 무슨 아픔이었을까.
대로상에서 뭇남자에게 사지를 벌려 몸을 내맡기고 널부러져 있은 그녀에게 다가온 소년 스포크는 오열한다.
울지말라고 중얼거리면서 소년을 껴안는 트랄라, 바이올린은 애잔한 선율을 연주한다.
감동적인 영화. '부루크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 테이프'
무슨 대단한 평가를 받았다는 영화인데, 성을 주제로 하여 매우 경제적으로 만들었다.
성의 표현은 자유로울 것, 결코 프로이트적인 감추어진 리비도가 아닐 것....운운.
그러나 남이 뭐라든 내게는 시시하다.
추석.
새벽 3시에 일어나다.
새벽별, 산에 가려한다.
어머니는 서울 가시고.
16299 1991. 9. 23 (월)
거리, 명절의 한산함 속에는 명절의 들뜸 또한 엿보인다.
형네와 처가.
J의 위대한 단순함이여.
16300 1991. 9. 24 (화)
어제 오후 내내 J와 마루에 마주 앉아 고스톱.
이것 역시 훌륭한 커무니케이션의 역할을 수행하는 방법이다.
부부의 속성이란 참 단순한 것이다.
천사의 청순함과 악녀의 요염함이 한데 어우러진 어여쁨이 나스타샤 킨스키에게는 있다.
'테스'
영국 웨섹스의 풍광은 곧 테스의 영혼이고 테스의 복잡한 순결함은 웨섹스 풍토의 분위기다.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테스'는 바로 나스타샤 킨스키와 웨섹스 지방의 로케가 이루어낸 뛰어난 하모니이다.
토마스 하디는 '테스'에서 무엇을 얘기하려 하였던가. 인생이라는 것의 슬픔과 운명이라는 것의 어이없음의 비애를 그리려 하였을 것이다.
그런데 로만 폴란스키의 '테스'는 나스타샤 킨스키를 너무나 어여쁘게 그려내었다.
잉그릿 버그만과 오도리 헵번의 모습도 엿보이고 브리짓드 바르도의 요염함도 엿보인다.
꼼꼼히 재현해 낸 웨섹스 지방의 풍경화 속에서 테스는 말할수 없이 어여쁘고 불쌍하고 슬프다.
16301 1991. 9. 25 (수)
어제 명절후의 썰렁한 거리에 나간다.
俊이에게 가르처줄 일본어 교재와 '유모어화술'이라는 책 구입하고 코오롱 크린스 한통사고 한가한 오후의 일락을 위하여 미제 고기통조림 한통 사들고 돌아온다.
S형 네 집 마실간 J.
내 방에 앉아서 소주와 토닉워터 탄 칵테일을 홀짝이면서 '유모어화술' 뒤적인다.
무슨 기발한 방법이라도 있을까하여 산 책이었으나 그저 진부한 일반론의 나열에 불과하고 게다가 일본 것을 베낀 혐의도 농후하다.
웃음, 수면, 화술등 생활의 아주 사소한 주제에 관하여 진지하게 고찰하는 풍토가 우리나라에는 조성되어 있지 않다.
일본인을 보라.
아주 사소한 주제에 아주 진지한 자세로 파고들어서 실질적인 도움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 좀 많은가.
아마도 이러한 다양한 일본의 출판물을 도적질하지 못한다면 그나마 우리나라의 이런 구석은 빈약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모두 거창한 주제에만 매달려 사소한 주제를 천착하는 자세는 없다.
일본에서는 아주 사적이고 자그마한 주제를 나름대로 깊이있게 천착하여 일가를 이루고들 있는데..
16302 1991. 9. 26 (목)
어제 가늘게 비 흩뿌리다.
업무개시, 명절 연휴가 끝난 첫날은 100여명의 결근.
책상 위에 산적해 있는 서류들 분류정리하여 파일링하고, 설합도 정돈한다.
묵은 서류, 기안한 종이들을 엄청 찢어 폐기한다.
잠시 사무실 빠져나가 머리카락 자른다.
퇴근하며 이덕찬씨와 맥주마신다.
이덕찬씨-
대학에 들어간 아들이 친구들을 한아름 데리고 갑자기 집에 돌아왔다.
무쇠도 녹일만한 장정들의 위장에 어머니는 만두를 사다가 한도 끝도 없이 끓여 공급한다.
아버지는 할 일이 없다.
방안에서는 게걸스럽게 먹어대면서 떠들석하게 북적대는 젊은이들의 건강한 웃음소리가 새어나오고, 아내는 땀을 뻘뻘 흘리며 만두를 끓여대는데 아버지는 할 일이 없다.
문득 아버지는 현관에 무질서하게 늘어있는 구두들을 발견한다.
옳다, 이거라도 하면 되겠구나하고 아버지는 솔과 구두약과 헝겊 등을 꺼내놓고는 구두들을 닦기 시작한다.
흙이 묻어서 지저분한 구두들은 하나씩 하나씩 광이 나기 시작한다.
이윽고 돌아가는 아들의 친구들, 반짝이는 구두를 보고는 친구의 아버지, 늙고 주름진 그 얼굴을 바라본다.
이것이 바로 이덕찬씨다.
16303 1991. 9. 27 (금)
어제 아침의 자근자근 팔다리를 쑤셔대는 그 증세는 몸살이었다.
감기가 동반되지 않은 몸살은 내게 생소한 증세라서 금새 알아차리지 못했던 모양이다.
출근하며 알약을 사먹고 사무실에 나가 오전 한시간 가량을 회의실 의자에 누워 있으니까 두통과 자근거림은 한결 가라 앉는다.
병의 다스림도 심리적인 요법, 말하자면 낫겠다는 의지와 낫고자하는 열망이 중요한 것이다.
A급 태풍 빠른 속도로 북상중.
올해, 멀고먼 남쪽의 하늘에서는 저기압의 표정을 자주도 짓는다.
단체협의, 13차까지 진행되었으나 또 무산.
중구난방의 교섭위원들, 노조의 지도부는 대표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정작 중요한 항목은 회사의 수용을 모두 끌어냈으면서도 지엽적 명분론 때문에 무산되고는 한다.
새벽. 빗소리.
캄캄한 공간의 저 높은 곳에서 빗방울이 생겨나 그것이 떨어져 유리창에 맺힌다.
드넓은 공간을 세로로 그으며 먼 길을 내려와 내 곁까지 찾아온 빗방울 하나.
꿈- 보생의원 이사, 형수 술에 취하고. 이호환은 술에 취하여 도끼를 들고 나를 쫓아온다.
간밤의 꿈은 영도 봉래동일대를 무대로 한 단막의 드라마.
요한복음 마지막 장과 빌립보서를 소리내어 읽고 기도드린다.
빗소리 들으며 나의 주, 나의 중심, 나의 아버지, 나의 하나님을 묵상한다.
16304 1991. 9. 28 (토)
태풍.
어제 저녁 초속 40M의 속도로 드센 마왕의 만또를 휘날리며 영도를 슬쩍 스치고 지나가다.
많은 비를 내리지는 않았으나 약 30분 가량 그야말로 광풍의 위력을 과시하였다.
아침.
태풍이 지나간 후의 하늘은 밝고 눈부시기 그지없다.
16305 1991. 9. 29 (일)
미국 핵 폐기 선언.
바야흐로 세계는 평화를 구가하게 되려는가.
올들어 세계는 정말 눈이 핑핑 돌 정도로 급속하게 변모하고 있다.
요지부동의 옛 성들은 급격하게 무너지고 있으며 전혀 예측치 못하였던 새로운 구조물들이 그 자리에 우뚝우뚝 세워지고 있는 것이다.
토요일 7시도 안되어서 잠자리 들었으나 숙면을 이루지는 못하다.
꿈- 입학시험, 도무지 답안지를 써 넣을수 없어서 전전긍긍, 문제를 파악치 못해서가 아니라 시험외적인 장애가 속출하여.
의자, 지우개, 연필, 옆자리의 시험생등의 장애 발생으로 도무지 답안지를 채울수가 없어서 얼마나 똥줄이 탔던지 꿈 속에서도 진땀을 흘리다.
英이 2학년때의 담임인 수학선생님, 코의 암으로 별세.
코에도 암이 생기는가.
향년 서른 둘...
새벽.
가을 벌레 울고, 가을 새 우는 산에 오르다.
16306 1991. 9. 30 (월)
제3TV에서 오후2시, 오페라를 방영한다.
누구의 곡인지 모르겠으나 '알제리의 이태리소녀' 아리아가 참 좋았다.
俊이는 제 친구 지석이와 시내에 나가서 영화 캐빈 코스트너 주연의 '로빈 훗' 감상.
소설 '죽은 시인의 사회' 읽다.
내가 선생이었다면 나는 결코 키팅과 같은 선생은 되지 못할 것이다.
학생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과 열정을 가지고 그들의 감성을 깨우치려 젊음을 껴안는 애정을 발휘하기 전에 나를 포함한 우리 늙다리들은 아마 노란 교장이며 니일의 아버지일 것이다.
우리들은 스스로도 겪었던 사춘기를 회억하면서, 그 때를 단지 혼돈의 무용했던 경험으로서만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키팅 선생은 그러하지 아니하다.
진짜 청춘은 보석과 같은 것이며 성숙하지 않음으로 해서 더욱 순수하고 고정되지 않은 사고로 인하여 더욱 자유로움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아, 나는 이미 노란 교장이 되었으며 니일의 아버지가 되고 말았음을 절망한다.
월요일 아침.
쇼팽의 '폴로네이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