辨明 僞裝 呻吟 혹은 眞實/部分

1994. 7

카지모도 2016. 6. 24.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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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11 1994. 7. 1 (금)


장마의 시작.

대기는 젖은 먼지들로 가득 뒤덮이고 축축하게 습기찬 사물들은 더위를 먹고 널부러져 있다.


이웃의 한진중공업.

몇천억의 船價를 자랑하는 L.N.G선 위에 천여명의 노조원들 올라 가서 농성중.

공권력을 투입키로 한 정부는 수백명의 경찰들을 도로 곳곳에 포진시키고 있다.

이 무더운 날, 두꺼운 보호피복과 무거운 투구를 쓴 젊은 전경들의 모습이 안스럽다,

근로자들의 저토록 일사불란한 농성은 노조 지도부의 어떤 전략전술에 의한 것이겠지만, 저무리들은 혹시 축제처럼, 카니발처럼 이 짓거리를 즐기고 있는 것이나 않은 건지.

집행부나 지도부 누군가의 개인적 야욕에, 거짓과 허울뿐인 명분에 끌려서 나름대로들 어떤 즐거움에 잠겨 있는 것은 아닌지.


비가 오는데, 더우기 강원도 쪽에는 폭우가 쏟아진다는데 英이는 전화 한통 할줄 모른다.

지겨운 부모의 사슬을 벗어난 자유, 목소리로나마 그 자유를 침범 당하고 싶지 않으리라.


자욱한 안개.

금요일 아침.


17312 1994. 7. 2 (토)


먼지처럼 날아 다니는 하루살이.

욕조 언저리에 붙어 앉아있는데 하도 가벼워서 출렁거리는 물도 그 놈을 삼키지 못한다,

比重도 비중이려니와 물의 밀도 자체가 그 놈에 비하여 너무나 뻑뻑하여 도무지 고 조그만 부피를 수용할수 없는 것이다.


하루살이의 생명, 그 일생이란.

창조주의 어떤 뜻이 있는 생명체일까.

먹이사슬의 어느 위치에서 자연의 생성과 소멸에 이바지하고 있는 존재일까.

하루살이의 생명이 그토록 하찮은 것이라면 똑같은 시공에서 똑같은 생명을 누리고 있는 인간이라는 생명체라고 하여 엄청난 의미의 무게가 실려 있겠나...


英이에게서 전화 왔었다고.

건강, 젊음, 자유.

J여 우리는 이제 늙어서 이 단어들이 어떤 건지 감히 눈치나 챌수 있겠나.


17313 1994. 7. 3 (일)


토요일 오후, 모처럼 시내 나가서 책방 들른다.

'반갑다 마인드맾'이라는 책 사다.

두뇌 활용을 위한 방법론, 토니 부잔이라는 사람이 창안한 오른 쪽 뇌를 활용한 학습법.

그림으로 지도를 그리듯이 개념을 정리하고 머릿속에 기억시킨다는.


그런데 내게는 이미 그 개념을 터득하고 있다는 건방짐이 있다.

완벽하게 그 방법을 숩득하여 俊의 공부에 도움을 주고자 한다.

또한 갈수록 기억력을 잃어가는 내게도 유용할 것이다.


英이 싱싱하교 맑은 얼굴로 돌아오다.


기도.


17314 1994. 7. 4 (월)


일요일. 더운 날씨.

집안에 틀어박혀 비디오와 씨름한다.

무슨 암시에 걸린 놈모양 그 나른한 나태 속으로 침잠한다.

이 따위가 결코 나의 한계는 아니건만 내 치열치못한 정신력은 도무지 창조적인 불꽃을 붙일줄 모른다.


'나나' 여자 킬러의 표정연기가 볼만한 로맨티시즘의 헐리웃 영화, 그 여배우 이름은 브리짓드 닐슨.


꿈- 똥무더기의 재래식 면소, 그 똥무더기의 바다 속을 잠수하는 청년은 박진영이다.


월요일, 맑은 초여름.

기도.

나의 하나님께 나의 중심 없음을, 이 가정에 목적과 가치관 없음을 채워 주십사고.


17315 1994. 7. 5 (화)


본격적인 무더위.

영도의 산기슭에는 안개가 띠를 둘렀지만, 갸름하게 가로 누운 구름 사이로 내비치는 하늘은 부드럽디 부드러운 옥빛이다.

태양의 열기는 그 푸르름을 통하여 마음껏 춤추며 내려와 대지를 달구고 산것들, 특히 털없는 사람의 살갗을 달군다.


한진중공업, LNG선 위에는 난민촌처럼 푸른 색 천막들이 널려있고 농성은 일주일을 넘기고 있다.

정문 앞에는 여편네 떼거지들이 길바닥에 주저앉아서 부창부수의 폼을 잡고 있지만 그 또한 한바탕 신명풀이처럼 보일 뿐이다.

그런 남녀의 무리들보다 갑옷으로 중무장하고 도열해 섰는 전경들이 오히려 더욱 진지한 이슈를 지닌 표정이다.


지리산 빨치산에게 선무공작을 하듯이 헬리콮타가 배위로 돌며 삐라를 뿌린다.


꿈- 서울거리, 안국동, 종로, 서울역대합실.

명동의 술집에는 젊고 늙은 자칭 예술가들의 광기어린 축제.

이방인, 소외의식. 돈이 떨어져 내려갈 차비도 없어 초조한데, 박두성을 기차역에서 해후, 에쿠, 살았구나.


17316 1994. 7. 6 (수)


불볕 더위.

에어컨의 찬바람에 사무실은 추울 지경이다.


격세지감- 불과 얼마전의 그 현장.

숨이 막히는 더위의 현장에서 들어와 덜덜거리는 선풍기 앞에서 작업복 사이로 뜨뜻미지근한 바람을 밀어넣던 현장의 그 여름.

노상 '씨발, 씨발'이 입에 붙어있고, 이마에는 계급장처럼 세로의 주름살을 달고다니던 그 여름.

그때에 비하여 환경은 이와 같이 변하였는데도 나는 진정으로 그 분께 감사하고 있는가.


17318 1994. 7. 8 (금)


오전 돌연 검찰청 사람들이 들이 닥치더니 막바로 각 사무실의 P/C 앞에서 불법 소프트웨어들을 찾아낸다.

컴퓨터 기술자를 동반하여.


우리 사무실에서는 작년에 PY범 이 깔아놓았던 NOTORN UTILITY가 적발되어 나는 진술서를 쓴다.

전산실 J과장은 검찰청 동행.


바야흐로 지적 소유권문제가 절실하게 우리 주위로 닥아오는 모양이다.

BSA라는 미국의 무슨 단체가 강력하게 어필하여 각 회사를 급습하였다고.


여전이 들끓는 폭염.

사무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서면 후끈 밀어닥쳐 숨을 컥 막히게 하는 열기.


한진중공업 분규 타결.

전장에서 격전을 치루어낸 용사들처럼, 제법 비장한 폼들로 정문 앞에서 폼을 잡는 그들이 내게는 상당히 우습게 보인다.


17319 1994. 7. 9 (토)


불볕더위 계속.

나이 먹은 치들도 계곡과 바다가 그리운 판인데 젊은이들은 오죽하겠는가.

그러면서도 늙은치들은 요즘 젊은 것들운운하며 청춘을 폄훼하기 바쁘다.

마치 자신에게는 청춘이라는 것이 없었다는 듯이, 자기에게는 청춘의 오류나 낭비가 없었다는 듯이 건조한 언어로 절제를 요구하는 이른바 기성꾼, 늙은이들.


푸르른 바다, 모래밭의 노래와 청춘의 낭만에 몸과 마음을 맡긴다는 것.

거기에 무슨 목적의식이 있으며, 계산이 있으며, 냉철한 이성의 번득임이 있으며 인생에 대한 통찰 따위가 필요한가.


늙어서 자신은 할수없으니까 못마땅하여 내뱉는 늙은이의 심술궂은 넋두리일 뿐이다.


17320 1994. 7. 10 (일)


김일성, 그가 죽었다.

82세.

남북정상회담을 열흘 남짓 남겨놓고 죽어 버렸다.

한반도는 온통 흥분하여 난리법석.

자연사냐 사고사냐, 권력구조는 어찌 되나, 남북관계는, 북미회담은.... 매스컴에서는 끝도 없이 이같은 주제를 되풀이 떠들고 있다.


한 특출한 인간이 필부필부에게 미치는 영향.


내게 있어 김일성은 누구인가.

그가 구체적으로 나의 운명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그가 전쟁을 일으키고 남북을 갈라 놓은 장본인이라면. 내 인생에 아버지라는 존재를 말살하고, 내 어머니를 청상으로 만들고, 내 회색의식을 성장케하여 오늘의 나를 있게 한 사람.


17321 1994. 7. 11 (월)


북한의 권력승계는 순조로운 모양이다.

매스컴의 긴장 분위기도 다소 풀리다.

일요일의 오락프로도 여전하고, 여름 행락인파도 여전하다.

나 또한 새벽녘 잠시의 경건의 시간을 제외하고는 일요일 타성의 무위 속에 시간을 죽일 뿐인것도 여전하다.


우찌무라 간조의 '기독교 문답'을 마인드 맾으로 정리하고, 또는 프로이트를 마인드 맾으로 만들어 정리된 형태의 이론으로 내 머리속에 집어 넣어야지하는 기획도 무산되고. 워드를 이용하여 무언가 써 보아야지하는 의욕들도 회색빛 타성에 잠긴채 우울한 무위를 물끄러미 바라보고만 있게 되는 이 게으른 행태의 일요일.


그나마 俊이를 위한 대학 학과들을 DATA BASE化 한 것이 그나마 일다운 것이었을까.


저녁에는 俊이에게 암기과목에 대한 마인드 맾을 설명하여주다.

俊이 왈 '매우 유익한 강의였음'이라는 강평.


월요일 새벽.

시편 소리내어 읽다.


17322 1994. 7. 12 (화)


俊이.

제 엄마에게 본고사에 수학시험이 없는 경북대학교 영문과에 지원하겠다고.

영문과는 고작 영어라는 한과목에 대한 자신감의 발로이다.


전공에 대한 비젼을 알 턱이 없는, 스스로의 무한한 가능성이 고작 고교때의 한과목에 의해서 규정될수 없다는 사실을 깨우쳐 줘야 할텐데.

능력과 소질의 개발.

俊이의 무한한 능력을.

무엇인가 인생에 있어서의 중요한 핵심을 깨우쳐 주어야 할텐데.


그런데 제법 책께나 읽었다는 아비짜리의 무력감..


6월 24일 치른 중앙교육의 성적.

상위 10%수준은 된다.

영어는 수석의 수준이고, 이번 시험에서는 수학도 그다지 처진 것도 아니다.


17323 1994. 7. 13 (수)


정말 찜통의 나날이다.

대구 어제 39도.


장마철이라는데 후련한 빗소리가 들릴 기미는 천지간 어디에서도 뵈지 않는다.

이 무더위 속에서.

북쪽에서는 수령님 영전앞에서 땅을 치며 울부짖는 북한주민의 집단 히스테리가 한창이고 바다 건너 미국에서는 월드 컵 축구경기가 한창이다.

이열치열의 풍경화가 아닐수 없겠다.


현관을 함께 나와 俊이는 고개넘어 중리쪽의 학교로 나는 반대방향의 출근길,

황새처럼 껑충한 아들놈의 걸어가는 뒷모습을 한참 바라보고 서있었다.

묵직한 책가방을 메고, 기다란 팔을 휘저으며 걸어가고 있는.

뒷덜미가 준수하게 생겨서 더욱 애틋한 뒷모습...


17324 1994. 7. 14 (목)


가축들이 더위에 떼죽음을 하고 사람들은 헉헉거린다.

사상초유의 무더위라고 사람들은 혀를 내두른다.


열대야.

무더위는 수면 속까지 침투하여 무의식의 재료들을 요리한다.

꿈의 난무, 그것들은 깨고나면 제대로 뇌리에 남아있지를 않다.


한낮의 노곤함, 이것도 나이 탓이 아니라 무더위 탓이노라고...


오늘, 생산관리 소위원회.

각 조선소에서 몰려올 것.

그리고 그들과 저녁의 회식.


173265 1994. 7. 16 (토)


생산관리 소위원회.

연구소 김실장, 한진, 대우, 삼성, 대동 참석.

무섭게 변하고 있는 조선업계.

특히 대동조선의 변화는 대단한 모양이다.

진해의 몇십만평의 부지에 260 M의 DOCK, 400톤 골리아스 크레인..

이런 외형적인 것도 그러하지만 그보다 관리체계의 변화가 눈부신바 있는데.

나의 회사는?


무더위는 더욱 맹렬하게 타오른다.

전력 예비율 위험수위, 가뭄으로 지리산 계곡의 물도 바닥이 드러났다는 소식이다.


17328 1994. 7. 18 (월)


일요일의 낮잠, 혼곤하게 잠이 드는듯하지만 그것은 선잠이다.


짓푸른 하늘, 작열하는 태양.

태종대로 행하는 도로에는 꼬리를 문 차량들이 정체되어 있고.


英이, 아르바이트.

졸업후의 취업문제, 음악계통의 이벤트회사에서 일하고 싶은 모양이다.

선배가 근무하는 회사의 자료를 한아름 얻어오다.


무엇보다 제가 흥미를 갖는 일을 찾아야 한다.

직업이란 재미가 있는 분야에서 보람을 찾아야한다.

그 다음은 노력과 성실함이다.

그리고 이루고자하는 의지.

열린 사고와 적극성....


꿈- 그 이미지의 유형을 분류하여 분석을 시도해 보고자하여 몇권의 노트에 기록하였지만 그 기록들을 살펴보면 알 듯 모를듯, 오리무중이다.

어떤 뚜렷한 패턴의 모습도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자꾸 기록해 가다보면 무언가 확연히 드러나는 패턴이 추출될 것이다.


17329 1994. 7. 19 (화)


장마는 끝났다는데 빗줄기 한번 비치지않고 땅덩이는 부글부글 끓고 있다.

가뭄에 논바닥은 쩍쩍 갈라진다는데, 사람들은 이 열기에 생각들 마저 혼미해 지는모양인가.

김일성 조문이다 무어다 하여 시끄럽기 그지없다.

김일성을 추종하는 좌익이 엄연히 존재하는 이곳.


그런 것들이 골치 아픈 사람들은 단순한 스포츠에 함몰하여 더위와 어지러움을 잊는다.

월드컵 축구의 결승.

브라질이 이탈리아를 승부차기로 이겼다.

열광하는 사람들은 브라질 사람들만이 아니다.


행복하게 땅 속에 묻혀서 구더기의 맑간 물이 되지도 못하는 김일성의 시신.

유리 궁전에다가 전시해 놓는 몸뚱이.

몸 속에 방부제를 채워놓고 박제를 만들어 버린 시신. 미이라.


선박연구소 김근철 실장도 개탄해 마지 않는다.

그것은 죽은 자에 대한 모독이고 불경이다.


목민심서 반납하고 박완서의 '未忘' 3권을 빌린다.

박완서, 소설적인 재미를 창출할줄 아는 작가.

개성이라는 지방을 무대로 한 가족사가 펼쳐진다.


17331 1994. 7. 21 (목)


근 20여일째 퍼붓는 혹서.

논은 말라 타들어가는데 빗방울은 내릴 꿈도 꾸지 않고, 하늘의 태양만이 이글거린다.


俊이 방학.

彦이는 부산대 법학과라는 뚜렷한 목표를 세웠는데 俊이는 아직도 목표설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

성적표- 영어는 역시 톱, 그러나 과학 교련등에서는 '양'도 더러 눈에 띈다.


俊아.

아빠가 간절하게 바라노니 이번 방학중 한번 독한 마음 먹고 매진하여 보자.

어쩌면 네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분기점을 이루는 시기가 곧 이 마지막 방학이 아닌가 한다,


17332 1994. 7. 22 (금)


날씨는 이제 스스로의 통제력을 상실하였다.

누군가 더 큰 의지의 은혜를 기다릴 뿐이다.


열대야.

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칩거하시기를 즐겨하는 英이 俊이께서도 어쩔수가 없다.

창문을 활짝 열어 놓고서 마루에서 잠잘 수밖에.


아침 저녁에는 유홍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2'와 사무실의 한켠에서는 박완서 '미망'

을 읽고 있다.


꿈- 독특한 영도의 풍경화, 일본식 목조건물, 해동병원, J, PS곤 JN영 KH근, 육교, 헝겊으로 만든 나비...

어두운 쪽의 이미지는 아닌듯한데 어딘가 쓸쓸한 분위기가 남는 꿈.


17333 1994. 7. 23 (토)


고기압이 버티고 있어서 태풍도 어쩔수없이 비켜가 버린다.

심지어 태풍을 독약이라고 여기는 조선소에서도 태풍을 기다리고 있을 정도의 이 무더위.


한낮 해동병원의 단체 신체검사. 잠시의 그 외출에도 등허리가 흠뻑 젖는다.

에어컨 바람 차가운 사무실은 그야말로 낙원.


형과 일요일, 고갈산 등산을 나름대로 계획을 세워보건만 이것은 내 일방적인 의욕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형도 혹시 열렬히 이를 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또는 그 냥반 성격상 이런 내 제안에 옴츠러드는 무엇이 있을지도?


17334 1994. 7. 24 (일)


토요일, 더욱 맹위를 떨치는 무더위.

하늘은 샛파랗고 곧장 내리 꽂히는 태양은 꼭두서니 빛이다.

간절하게들 기다리고 있는 B급 태풍 웬디, 진로는 불투명하다.


잔업도 특명도 시키지 않는 것이 최상이다.

진척없는 생산성은 그저 낭비일 뿐이다.


토요일 집에 돌아와 사흘째 술을 멀리하고, 俊이 대학들에 관한 정보를 입력한다.

부산, 경남, 대구, 서울에 있는 대학들 모든 학과와 모집정원, 전년도 수능 수준, 내신등급등을 DATABASE화 한다.

문과대학의 학과는 총 750여개인데.


俊이의 정확한 학력수준은? 암기과목에 대한 가능성은? 수학은?

남은 기간동안 죽자사자 달려들면 어느만큼 따라잡을수 있는건지?

그보다 더 俊이의 머릿 속에 어떤 그림이 있는지?

俊이의 의지를, 그도 아니라면 한줌 오기를 바라도 좋은겐지?


英이 계절학기도 종강.

C급 수면에 C급 꿈을 꾸었으나 일요일 새벽, 그 꿈을 끄집어 내어 기록할 만한 내용은 기억해낼수 없다.


17335 1994. 7. 25 (월)


일요일, 형과의 산행이고 무어고 엄두를 못내도록 자심한 더위이다.

태풍의 영향인지 바람은 제법 있지만 그것은 뜨뜻한 바람으로 애꿎은 먼지만 방바닥에 쌓이게 하여 창문을 열어 놓을수도 없다.


俊이의 현재의 진정한 실력은?

진짜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 가늠할수 있었으면 .

답답.


17337 1994. 7. 27 (수)


부산지방.

흠뻑 젖다.

반가운 비, 뜨겁게 달구어진 땅에 빗물이 스며들어 갈증을 풀어준다.

태풍 웬디는 열대성저기압으로 자신의 운명을 소멸하면서 한반도 동남쪽에 축복처럼 비를 뿌려준 것이다.


바람 때문에 해상크레인 작업 순연.

기본공작반 YG과 에 대한 을종 인사위원회.

안전관리과장과 멱살잡이 싸움을 하였다.

한 쪽의 손가락이 부러졌다는 결과를 가지고 누구의 잘잘못을 따져서 징계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이 아닌데.


17339 1994. 7. 29 (금)


남부지방은 완전히 해갈을 하였을 뿐 아니라 폭염의 기세도 한결 누그러졌다.


박완서 '미망' 완독.

차돌같이 예쁘고 단아한 야무진 여인이었던 전태임은 늙어, 적치하가 된 샛골의 집에서 예쁘게 숨을 거둔다.

숨지기 전 그녀의 눈에는 인삼을 도적질하는 도둑놈을 붙잡아 그것이 왜놈이라는 사실을 밝혀내는 이종상의 씩씩하고 해맑은 소년의 모습을 본다.


여사원 JH주, 경리과로 전보.

P상무는 한명의 여사원으로 꾸려 나가도록 회유를 하지만 나는 완강하게 거부하고 한명을 빨리 충원받기로 한다.


아침 출근길,

PP갑 의 차를 타고 2송도로 해서 영선동 로터리를 지나는 순간.

가야의 인성의원 출근하시려고 버스를 기다리며 서있는 어머니를 본다.

칠십여섯의 노파, 주름을 감추시려고 화장은 다소 짙게하시고 호젓이 서 계시는 그 모습.


필사적인 거부의 몸짓, 늙음에 대하여 소멸함에 대하여 아, 어머니의 그 몸짓을, 그 절박한 의식을 나는 진정 조금이라도 이해해 드리고 있는가.


17340 1994. 7. 30 (토)


여사원 하나 전보된 빈자리를 충원하는데 부서 전직원의 직무분석을 요구하는 Sh씨.

여하튼 피곤한 노릇이다.


형과의 통화.

관계개선을 위한 어프로치.


바라는바 소망하는바 희망하는바 어떤 상황의 그림이 있다면 그것을 의지화하고 계획화하여 아무쪼록 이루도록 노력하라.


英이 "俊이나 나나 공부에는 소질이 없나 봐. 공부보다 예술쪽 云云.."

어렸을적 그토록 영리하고 시특하였던 저 아이의 저 안이한 자기포기의 말씀.

英이가 대학생활에서 유일하게 소속감을 느끼며 열심을 내었던 동아리 '시 사운드'.

그리하여 저의 전공을 소홀히 한 결과의 말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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