辨明 僞裝 呻吟 혹은 眞實/部分

1999. 12

카지모도 2016. 6. 26.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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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94  1999. 12. 5 (일)


불편한 꼬라지지만 그래도 연말 모임에는 나가야 하는 나.

자갈치 어느 횟집.

S교 부부, SY일 씨부부등 다섯쌍.

소주와 노래방.


연말의 이런 모임의 풍속은 하나의 정해진 포맷이다.

연말이 되면 무슨 강박에 쫓기듯 모여 떠들고 알맹이 없는 어울림이 있어야 한다.

껄걸 웃는 웃음들은 장식일 뿐.


한세기가 스러지고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는다는 인류사적 의미는 누구에게도 엿보이지 아니하는데.

연말은 이토록 낭자하다.


19297  1999. 12. 8 (수)


무슨 낌새를 챘는지 H사장.

"이이사님, 다른데 가실 생각마시고 프리랜서로 계셔 주심시오. 만일 사무실을 내신다면 적극 도와드리겠습니다."

프리 랜서? 우스운 얘기다.

프리 랜서라고 무에 다른 실속이 있다는 말이냐.


동창회.

롯데호텔 2층.

궁전같은 시설의 레스토랑에 열댓쌍의 부부 모인다.

나는 물론 싱글.


회장인 M성이 애쓰다.

2차는 정석대로 단란주점.

KS구 의 노는 가락은 실로 대단한 정력.

흠뻑 취하다.


19299  1999. 12. 10 (금)


전에 한번 보았던 영화 다시 본다.

'나에게로 오라'

송기원 원작, 김영빈 감독.

뛰어난 박상민의 연기, 작부역의 윤수진도 좋다.,

개봉 당시 각광을 받지못한 국산영화인데, 아비없는 후레자식의 젊은 시절 전라도 지방의 풍속도가 리얼하게 그려진 꽤 잘만든 영화다.


P선생, 해운대 근린물건을 부탁.


19300  1999. 12. 11 (토)


뜻밖에 서울 G선이 형으로부터 전화.

12월 26일 막내딸 결혼식 때 꼭 올라 오라는.

미국서 외숙모와 G호형 등도 모두 나오신다고.

외숙모 돌아가시기전 꼭 모이자는 간곡한 형의 말이다.

외갓집의 정다운 얼굴들, 그리고 못난 나의 자의식.

고통같은게 흠씬 밀려온다.


19301  1999. 12. 12 (일)


'로렌조 오일'

어린 아들의 불치병을 극복하려는 부모.

제도권의 학자나 의사들의 속성과 부모라는 이름의 속성은 다르다.

닉 놀테, 수잔 새런든 주연의 좋은 영화.


19303  1999. 12. 14 (화)


俊이는 학교의 도서관에서 밤을 새우고 새벽에 돌아와 곯아 떨어져 있고.


'비포 엔 애프터'

메릴 스트립, 리암 니슨.

청소년 아들의 우발적 살인. 그로부터 한 가정의 삶의 양태는 그 전과 후가 완전히 바뀐다.

아비와 아들, 어미와 아들, 오누이... 가족이라는 것.


고향이 그리워도 못가는 신세라는 옛 유행가.

그 고향은 지리적인 어떤 곳이 아니다.

심층심리에 숨어 있는 곳, 그 아련한 곳, 어쩌면 경험한바 없는 곳.

집단 무의식으로 간직하고 있을 법한.. 그런 곳....


19304  1999. 12. 15 (목)


혼불 4,5,6 권 빌린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이명세감독, 박중훈의 연기는 괜찮았는데 안성기의 악당 역은 어정쩡하다.

'매트릭스'

키아누 리브스.

디지탈 속의 가상세계와 현실세계와의 모호한 경계.

어려운 주제를 어려운 어법으로 그려 내었는데, 액션신이 근사하고 컴퓨터그래픽도 근사하다.


간 밤의 꿈은 무의식.. 물 속의 세계가 아니고 하늘 속 세계....


19305  1999. 12. 16 (목)


모처럼 나가는 사무실.

H사장 LM철.

P선생의 입찰 건 전화로 상의.


오후 집에 돌아와 소주 홀짝이며 최명희의 아름다운 '혼불'에 빠져든다.

이기채, 강모, 기태, 강태, 강실, 청암부인, 옹구댁...

'토지'와 같은 도도한 이야기 전개는 없으나, 최명희는 얼마나 조선의 맥박과 혼을 천착하였겠는지 느낄수가 있다.

정녕 아름다운 문체.

조선 백성의 정조를 아우르는 정신사적 천착과 표현은 그야말로 작가의 혼불이다.

나와 같은 볼쌍놈의 혼으로는 도달하지 못하는 진짜배기 조선의 혼....


19307  1999. 12. 18 (토)


사무실 회식.

일곱명.

수영의 무슨 살롱의 일실에 호스티스들을 불러다 앉히고.

H사장 제법 돈을 썼을 것.

12시 넘어 운전수에 돈 던져주고 나를 택시에 태운다.


19310  1999. 12. 21 (화)


부산으로서는 무척이나 추운 영하 5도.


저녁 J의 계, 연말모임.

중리의 고깃집,

아홉쌍의 부부들.

뜻밖에 군대시절 B병장이 J의 곗꾼 남편일줄이야.

C수 얘기랑 군대 얘기랑.

소주와 노래방.


19312  1999. 12. 23 (목)


HG화 씨- 60초반, 공무원출신, NGO의 간부.

KS석 씨- 40후반, 공무원출신.


12월 26일, G선이 형 딸네미 결혼식.

외가식구들 만나고 싶은 마음과 만나기 부끄러운 마음.

올라가지 않기로 마음 먹는다.


27일 입찰이 있음은 스스로에 대한 핑계라고 하자.

그 부조를 媛이 에게 부탁하였는데 그 전화하기가 또한 말할수 없이 어려우니.

핏줄들, 그 관계에 대한 나의 관리는 이토록 부실하다.


19314  1999. 12. 25 (토)


27일 입찰 건, 해운대 근린에 관한 보고서 P선생에게 건네주고 브리핑.

K군에게서 카드메일 오다.


19316  1999. 12. 27 (월)


K군 자신의 독립사업 시작.

HS뮤직 이라는.


일요일 오후 , J와 욱이집.

KG평 씨와 마신다.

장광설은 그를 좀 가볍게 보이게도 하지만, 중풍 아내의 온갖 수발을 들면서 손녀딸 어르는 할아버지로서의 그의 모습은 실로 존경스러운 모습이 아닐수 없다.

어줍잖게 취하여 돌아오다.


19317  1999. 12. 28 (화)


P선생.

낙찰에 성공.

그러나 아뿔사, 단독입찰이다.

감정가 3억 6천, 2억3천3백에 응찰하여 낙찰되었다.

낮은 금액으로도 가능하였겠지만 수익률을 충분히 확보한 것으로 만족하여야 한다.

그러나 아직 철심장이 되지 못하는 부동산업자의 마음은 미안함이 없을리 없다.


19318  1999. 12. 29 (수)


서면.

S곤 N영 H근 만난다.

횟집.

H근녀석 쓰잘데 없는 고집은 혀를 내두를만 하다.


열두시 넘어 돌아와 고요한 소주.

이런 고요한 술이 맛있는걸 어쩌겄나, 마누라야.


19320  1999. 12. 31 (금)


사무실 에메일 열어본다.

K군으로부터 카드와 신년인사.


M철 모는 소나타 타고 동부지원 가던중 재송동 길가에 주저 앉는 자동차.

카센터까지 견인하여 놓고 택시타고 올라간다.


낙찰받은 근린.

법원 서류로 유추컨대 임차인 대부분이 가장임차인일 가능성 농후하다.


20세기의 마지막 날.

새벽을 맞는다.


바르지 못한 번뇌... 가슴을 떠나버린 마음...

바르지 못한 번뇌... 가슴을 떠나버린 마음...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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