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설'이란 말이 본디 '시린다'는 말에서 나온 것이라고도 하고, '서럽다'는 말에서 나온 것이라고도 했다는데, "새해 첫날, 몸을 삼가지 않으면 일년 내내 슬픈 일이 생긴다."는 뜻에서 그런 말이 생겨났다고도 하였다. 그래서 이날은 너나없이 마음과 몸을 깨끗이 하고, 행동을 조심하며 궂은 것은 멀리하고, 만나는 사람마다 서로 웃는 얼굴로 덕담만 주고 받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이기채는 새해의 첫들머리에 앉아 깊은 한숨을 토하니. 일룽이는 불빛에 그림자 지는 그의 얼굴은 깊이 패인 근심으로 검누렇게 보였다. 강모의 일이 아니라도, 엄둥에 거친 베옷 굴건 제복을 입고 있는 상주에게 해가 바뀐대서 무슨 희색이 있으리요만, 돌아가신 부모를 그리는 마음이 너무나 사무쳐서 날마다 산소에 오르내리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