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머리를 빗을 때는 이 빗접을 넓게 펼치어 쓰고, 다 빗은 다음에는 다시 접어 간편하게 밀어 놓는 것인데, 혹 어디 출행할 일이 있을때는 메고 다닐 수 있도록 다회를 친 매듭끈까지 달린 것이다. 빗접의 뚜껑에는 한복판에 색지를 접어 가위로 오린 녹색 꽃이 탐스럽고 정교하게 피어 있고, 둘레 네 귀퉁이에는 노랑.주황.보라.남색의 매미와 잠자리들이 솜씨 있게 오려 붙여져 있었다. 이기채는 결코 아무 데서나 머리를 빗는 법이 없었다. 언제나 이른 새벽 동이 트기 전에 집안의 누구보다 맨 먼저 일찍 일어나는 그가 온 집안이 카랑카랑 울리게 기침 소리를 내면, 아직도 머뭇머뭇 검푸름한 빛으로 뒤안이나 헛간 모퉁이에 고여 있던 어둠은 깜짝 놀라 무색해지고, 그 기침 소리를 들은 방방에서는 황급이 인기척이 부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