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반의 시집살이는 민어 가시같이 억세고도 섬세해서, 효덕아, 나는 정말 우리 집안보다 좀 수월한 가문으로 시집가야지 했었다."너희 외가도 참 더 말할 나위가 없는 집안 아니냐. 양반이란, 남 보기에 위세 있고 품격 있어 감히 우러르기 아득해 보이지만, 아무나 못하는 것이다. 그 미묘하고 까다로운 법식, 절차 심리적인 중압감에 앉고 서는 것이나 행동거지 갈피 갈피가, 조금만 어긋나면 비웃음을 피할 수 없고, 조금만 아차 해도 큰일이 나는 것이라. 말 안해도 헤아려 알아야만 양반이지. 그리고 무엇이든 제가 다 손수 할 줄 알아야 한다. 비단을 다듬기를 달걀과 같이 반들반들하게 하고, 베를 다리기를 매미 날개마냥 아늘아늘하게 하는 것이, 아랫것들 시켜서 될 일이냐? 그 공들이고 매만지는 부녀자 손끝이 매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