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남의 님 "자알 했그만. 잘 했어. 하이고오. 이뻐서 등짝을 패 주겄네 기양. 아조 쪼개지게 패 주겄어어."휘유우. 옹구네는 시퍼렇게 심지 박힌 음성을 어금니로 짓갈아 응등그려 물면서 그렇게 비꼬고는, 외마디 한숨을 토했다. 춘복이는 주빗주빗 뒤엉켜 부수수 일어선 부엉머리를 봉분만하게 이고 앉아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성질 같이 뻗세게 쑤실쑤실 휘감아 솟구친 눈썹도 웬일인지 숨이 죽어 시커먼 빛이 가시고, 낯색도 해쓱하여 여윈 듯한 모습이 도무지 평소의 그답지 않은 춘복이는, 넋 나간 사람처럼 두 팔로 무릎을 깍지 끼고 앉은 채 꺼부정한 등허리를 구부리고 있었다. 그는 입술조차 퍼르스름 핏기 없이 질린 빛이었다.그는 푸른 물이 묻어난 백지장같이 얇아 보였다. "아니, 얼빠졌능게비. 정신채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