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다가 초아흐렛날. "부지깽이를 꽂아도 싹이 튼다." 는 무신일 무방수날인지라 귀신 없는 이날을 놓치지 않고, 무엇을 해도 탈이 없다 해서, 집집마다 안방 건넌방의 가재 도구들을 옮기기도하고, 지붕이며 바람벽, 부뚜막이나 뒷간 들을 수리하기도 하며, 아낙네들은 무엇보다 중요한 장을 담그었다. "장 담기에 제일 좋은 날은 암만해도 정묘일이지 머."율촌댁은 마침 큰집으로 올라온 오류골댁한테 말했다. "그럼 내일이지요?""하아. 자네도 내일 담을라는가?""그럴라고요.""그게 참 요상헌 일이데. 무얼 그러랴 해도 신날 장을 담으면 꼭 장맛이 시고, 물날 담으면 꼭 장이 묽어진단 말이야.""그러니 날 놓치면 큰일지요. 오도 가도 못허고 신일 수일에 장 담게 되면 참 난감헐 일 아니요잉? 일년 농사 안 중헌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