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혼인해서 이제 시댁으로 갈 때 이 신랑 주발에다가는 흰 찹쌀을 담고, 신부 바리에다가는 붉은 팥을 하나 가득 담는 거란다. 그래 가지고 각각 이렇게 대접에다 받쳐서 홍보에 싸지. 수저는 네가 곱게 수놓은 그 모란꽃 화사하게 흐드러진 수저집에다가 한 벌식 넣고. 그렇게 가지고 가면, 느그 시댁에서는 신부를 새로 맞이해서 구고례를 치르고는, 큰상을 채려 주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그날 저녁에는 신부가 식기에 담어 온 흰 찹쌀 붉은 팥으로 찰밥을 지어 밥상에 놔 주니라."그것은 신랑 신부가 서로 찰밥처럼 찰지고 다정하게 살라는 축수와 붉은색이 모든 액을 물리쳐 주기 바라는 벽사 제액의 기원이 깃든 밥이었다. 성년의 첫 밥. 내 그 밥그릇을 채울 일이 없으리라. 이제는 내가 누구에게로 혼인하여 시집을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