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안개보다 마음이 사람의 일이, 토방에서 대문간만 나가려도 자칫 잘못 발을 헛디뎌 넘어지는 수가 있는데, 한나절 좋이 걸어가야 하는 십 리 길은 어떠할꼬. 떨쳐입은 진솔옷에 흙탕물도 튀어오르며, 비단 갖신 고운 발로 지렁이도 밟으리라. 내 앞을 가로지르는 미친 개, 누런 황소도 만나겄지. 길도 또한 평탄치만은 않아서, 냇물도 건너며, 고개 넘어, 산모롱이 길게 휘돌아 지루하게 멀리 걷기도 할 것이다. 십 리가 그러할 때 하루 해 온종일 깜깜하기까지 걸어야 하는 백 리라면 어떠할까. 가다가 길이 끊어진 곳도 있고, 돌짝밭 가시덤불 뒤엉킨 골짜기도 있거니와 집도 절도 없는 길에 고적하고 막막하기 뙤약볕 속 나그네 같은 고비도 있을 것이다. 거기다가 천 리 길이야. 하루도 이틀도 아닌 그 길을 가자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