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니는 목을 질금 움츠리며 제 어미 눈치를 헬금 살폈다. 어매가 무어라고 하든, 옹구네가 나타나면 꽃니는 재미가 있었다. 이제 열 살 막 넘은 계집아이로서는 짐작도 할 수 없는 어른들의 비밀스러운 수군거림이 옹구네한테서는 늘 쇳대 소리같이 절렁절렁 울렸고, 어린 눈에 보아도 가무잡잡 동그람한 얼굴에 샐쪽한 눈꼬리며 도톰한 입술이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예뻐 보였던 것이다. 거기다가 옹구네는 꽃니를 애들이라고 무질러 몰아 버리지 않고 꼭 말참례를 시켜 주었다. 그런 것들이 꽃니는 은근히 좋았다. 언젠가 뒤안 마당에서 콩심이는 철재를 업고 서 있다가, 히끗 모퉁이를 돌아가는 옹구네를 보고 꽃니한테 "아이고, 촉새, 나는 옹구네만 보먼 준 것 없이 밉드라."고 입을 비쭉 했었지만. "우례도 나맹이로 전상으 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