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의는 오직 난감한 안색으로 고개를 반듯이 세운 채 두 아비의 시선을 피하여 바람벽에 걸린 횃대에만 눈을 두고, 이기채와 기표, 두 아비는 더 이상 무어라고 이어 묻지를 못한다. 그러나 이기채의 눈동자는 감은 눈꺼풀 속에 숨어, 두려운 떨림과 흥분, 그리고 억장을 치는 상심이 도져 아픈 통증을 참느라고 땀에 젖는다. 소식을 모르던 긴장이 무너지며 눈동자는 식은땀을 흘리는 것일까. 이기채의 눈자위가 습기를 머금는다. 내가 늙었구나. 후욱, 흐느낌이 치미는 것을 그는 어금니로 누른다. 기표는, 비스듬히 내리떠 장판을 바라보며 어른들이 먼저 무엇인가 물어 주기를 기다리는 기색인 강호의 눈에 똑바로 제 눈빛을 꽂았다. "사실은 이 애가 부음을 못 받았더라는구만." 강호의 곁에서 조부 이헌의가 변명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