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오늘 밤 삼경이면 영영 살어서는 다시 보기 힘들지도 모르는 것으로 황아장수 뒤 딸리어 보내야 하는 여식을 두고, 시집가면 낫는단말 당키나 한 일인가. 차라리 강실이가 문중에서 몰매를 맞고 덕석말이 피투성이가 되는 한이 있어도, 온 동네 조리를 돌며 귀때기에 화살을 꽂은 채 회술레를 당하는 한이 있어도, 어미가 저 불쌍한 새끼를 끼고 있을 수만 있다면, 그러면 더 바랄 나위가 없을 것만 같았다. 상처는 싸매면 되고, 수치와 모욕은 견디면 될 일이었다. 그러나, 이 기구하게 찢어내는 생이별이라니. 아무리 달래고 물어도 대답하지 않는 비도의 경위가 뱃 속의 아이처럼 짐작조차 못하게 감추어져, 길 아닌 길로 일생 동안 강실이를 헤매게 할 그 까닭을 끝내 어미는 모르는 채, 오직 쫓아내듯 멀리 아주 보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