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게문 밖에서 누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잉? 이잉, 누구시요예?"순간 혼비백산을 한 옹구네가 절그렁 방바닥에 가락지를 떨어뜨렸다."가만 있어 바아. 이 밤중에 누구여어?"턱없이 당황한 옹구네는 더듬더듬 부들자리를 더듬어 가락지를 집어쥐었다.그리고는 저도 모르게 강실이가 펼쳐 놓고 있는 보따리를 휘익 잡아채듯 대강 덮어 반닫이 쪽으로 밀친다. 번개 같은 솜씨였다.바깥에서 기척을 하던 사람은 크흐흠, 공연한 기침을 한다."들으 외겨어. 아이고, 성님도 참, 올빼밍게비. 잠도 안 자고 오밤중에 기운 좋게 마실 댕기니라고."송구스러운 기색으로 몸을 조신하게 도사리며, 감히 강실이를 맞바라보지 못하고 옆걸음을 쳐들어오는 아낙은 공배네였다."진지 잡샀능교...?"공배네는 강실이한테 고개를 비스듬히 숙여 보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