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류골댁은 그 검정을 제 솥전과 뚜껑에 바르고 꼼꼼히 문질렀다. 검은색을 먹이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기름수건으로 매끄럽게 닦았다.새각시 제금 나서 살림을 맡아, 맨 처음 솥을 닦던 그날로부터 이날에 이르기까지 어느 한 날 빼놓지 않고 항상 되풀이해 온 일과, 그것은 한없이 경건하면서도 엄숙하고 곰살겨운, 오류골댁만의 의식이었다.솥단지는 날이 갈수록 질이 났다.무쇠 속에 깊이 배어 톡톡한 검은 빛이 교기로울 만큼 자르르 두텁게 윤택하고, 솥뚜껑 감촉 또한 쇠가 아니라 살인 것처럼 체온이 어려, 오류골댁은 어느 날 마음이 산란하다가도 이 솥전을 어루만지면 저절로 푸근히 가라앉곤 하였다.이렇게 오랜 세월 길들인 오류골댁의 솥뚜껑에는 물이 떨어지면 또르르, 방울져서 구슬처럼 굴렀다. 그러니 때가 낀다거나 더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