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차라리 훨훨 (암만해도 알 수 없는 일이다.)그때가 언제라고 열두백 번이나 다녀갔을 황아장수는 그날 이후 거짓말처럼 발을 딱 끊어 버린 채 매안에는 그림자조차 비치지 않으니.예삿일이 아니었다.아궁이 앞에 넋 나간 사람마냥 멍하니 앉아 시름시름 타오르는 저녁 밥솥 불땀을 부지깽이로 일우며, 오류골댁은 정지문 바깥에서 무슨 기척이 들리는 것 같아 흠칫 놀란다.흐드득.누가 왔는가.등걸처럼 쭈그리고 앉은 몸을 일으켜 한 손으로 부엌 바라지를 잡고 마당을 내다본 오류골댁 눈길이 사립간에 머물다가 맥없이 걷힌다.투두두둑.이번에는 뒤안에서 비 듣는 소리가난다.저도 모르게 그쪽으로 고개를 돌린 오류골댁 눈에 비긋이 열린 뒤안바라지 너머로 두꺼운 잎사귀 무성한 감나무 둥치가 들어온다. 땅거미 어스름까지 머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