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설-
<1월 아침>
***동우***
2012.01.14.
내가 겪는 감기몸살은 유별나고 지독하다.
그 발톱에 움켜 쥐이면 그냥 꿈쩍을 못한다.
새벽에 터져나오는 기침은 내장까지 쏟아낼 듯 요란하다.
듣는 사람으로서는 사뭇 고통일 것이다.
늘 그렇지만 백약이 무효, 기침귀신은 스스로 지겨울때쯤 되어야 슬몃 물러나게 마련이다.
나이 들수록 그 자심함은 강도를 더한다.
필경 나의 사망진단서에는 호흡기질환 어쩌구 적힐 것이다.
빈방 이불속 파묻혀 끙끙 앓았다.
앓는 동안 나의 통속, 자기연민은 안개처럼 피어 올라 영혼을 적셨다.
방금 모니터로 책 한권을 읽었다.
부끄러움과 공감과 감동에 젖어 읽었지만 내 감정모체의 진실은 부러움일 것이다.
생각과 꿈과 의지.
단호함과 너그러움과 지혜로움.
한목숨이 한세상 살아내는 방식에 대한 부러움.
‘길’
내 연배보다 조금 아래인 한 사내가 쓴 회고록이다.
치열하였던 한 시절, 15년여 김근태 김문수 심상정등과 함께 이 나라 노동운동을 이끌었고, 4년여 감옥에 갇혔으며, 15년이상 기업가로서 헌신하였던 사람.
그는 지금 췌장암 말기.
책은 이렇게 끝을 맺었다.
<우리 세대가 꿈꾸었던 ‘모든 사람들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은 미완의 과제로서 다음 세대의 몫으로 남겨졌다. 어쩌면 다음 세대는 새로운 시대적 명제로 우리 세대의 명제를 대체할지 모른다. 그래도 좋지 않은가.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흙에서 왔으니 이젠 흙으로 돌아가야겠다.>
책을 쓰신 분은 최한배님이고 책을 편집한 분은 내 친구 김종민님 (닉네임: 장만옥)이다.
김종민님은 최한배님의 아내이며 평생의 동지였다.
최한배의 '길'
꼭 한번 읽어 보시기를 적극 권한다.
한정판.
아래주소.
http://blog.daum.net/corrymagic
('장만옥'의 블로그 '보물찾기')
***후니마미***
2012.01.15 19:33
인터넷 서점에 찾아보니 검색에 안 나오네요!
***┗동우***
2012.01.16 03:34
살아 생전 출간하려고 급하게 한정판(비매품)으로 만든 모양입니다. 나도 장만옥님의 블로그 화면으로 읽었습니다.
***후니마미***
2012.01.15 19:36
동우님은 이제 몸은 좀 어떠신가요?
기침은 참 괴로워요. 거기다 몸살도 겹쳤군요.
찬 바람 마시지 마세요
이 겨울 동안은, 특히 부산의 찬바람은.
***┗동우***
2012.01.16 03:38
어휴, 마미님.
이제 좀 살만은 하지만 기침귀신은 아직 쌈박하게 떨어져 나가지 않았습니다.
제 풀에 지치기를 기다릴 뿐이지요.
내 감기몸살은 유별난 것으로 유명하지요.
겨울 바람 가르는 후니마미님의 달리기.
나도 한때는 그런적 있었답니다. ㅎ
그래도 마미님.
제주의 겨울 온화하더라도 감기는 조심하세요.
조교수님도.
***향편***
2012.01.16 18:15
동우님.
며칠 누워 계셨다고 하셔서 걱정하였는데 역시 편찮으셨네요.
이제 좀 나아지셨다니 다행입니다만, 기침이 꽤나 괴로우실텐데...
빨리 쾌차하시길 바랍니다.
자주 하는 생각인데 부산 바람이 그리워 한 번 가볼까 합니다.
동우님 감기 다 나으시면 한 번 건너가겠습니다.ㅎ
***┗동우***
2012.01.27 08:36
기침은 잦아들었습니다만 어디를 좀 다녀오는둥 두루 어수선한 설무렵이었습니다.
남녘 날씨도 꽤나 쌀쌀한 요즈음이로군요.
향편님도 감기 조심하세요.
따뜻해지면 한번 건너오시구요, ㅎ
***삭제된 댓글입니다.
2012.01.19 05:39
***┗동우***
2012.01.27 08:37
고맙습니다.
최한배님 지금 고비고비 그렇게 넘기고 계신 모양입니다.
***서민정***
2012.01.19 13:24
아이고... 동우님, 많이 편찮으셨어요?
요즘 감기가 정말 독하죠?
기침감기 정말 싫어요~~~
정말 빨리 쾌차하셨으면 좋겠어요~!
수능앞둔 수험생마냥 요즘 하루하루 지루하게 기다리며 보내는 중입니다~ ^^
***┗동우***
2012.01.27 08:40
서민정님.
요즘 감기라시니 아메리카가 한반도 바로 이웃 동네 같습니다그려. 하하,
기침 좀 잦아들었습니다만 예제 다녀 오는둥 두루 어수선한 설무렵이었습니다.
수능 앞둔 수험생에 비하리까.
이제 경이로운 순간 눈 앞에 둔 서민정님이.
***큰서방***
2012.01.19 17:55
기침으로 고생하셨군요.
곁에 계신 분도 무척 안타까웠을것 같습니다.
얼른 완쾌하시고, 항상 건강하셔야지요.
최한배님의 '길'..... 찾아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동우***
2012.01.27 08:41
고맙습니다. 큰서방님.
동절기 방학도 익어가는데 작품은 좀 되어 가시는지요?
설은 잘 쇠시고,
곧 댁에 들르겠습니다.
***작은물결***
2012.01.24 23:16
김근태님 길 떠날실 때 잠시 배웅하러 다녀왔었지요.
그 분들에게 진 빚이 매우 무겁다는 걸 느낍니다....
***┗동우***
2012.01.27 08:47
그래요, 작은물결님.
이 나라 민주화에 온 몸으로 밑거름이 되신 분들께 나남없이 빚이 없지 않을듯.
그 분들, 1987년 이후 많은 이들이 정치계로 진입하여 작금 이나라 주요인들이 되었지만 최한배님의 생각은 자신의 역할에 절제를 신념으로 삼아 기업에 투신하여 중국시장을 개척하였지요.
***삭제된 댓글입니다.
2012.01.27 17:52
***┗동우***
2012.01.29 11:49
그래요.
마음이 아픕니다.
최한배님, 아마 다시 일어나시기 힘든 지경.
다만 장만옥님, 영결할 시간만 더 벌도록 안간힘 쓰고 있지요.
-잡설-
<최한배씨, 췌장암과 마지막 싸움>
***동우***
2012.02.08
달포전 블로그에 '1월아침' 이라는 제목의 포스팅을 하였습니다.
‘길’이라는 회고록을 쓰신 ‘최한배’님.
요즘 장만옥님의 ‘보물찾기’ 블로그가 고요하여 행여나 하고 있었는데, 오늘 한겨레 기사로 근황을 접하였습니다.
호스피스 병원으로 옮겨져 지금 병마와의 마지막 싸움, 임종을 앞두신 듯 합니다.
아아, 모쪼록 편히 가시기를.
<한겨레신문 기사>
++++
병세악화돼 호스피스 병원에
노조결성 지원 구속·옥고 치러
<“미완의 과제 다음 세대가…”>
등록 : 2012.02.07 20:21 수정 : 2012.02.07 20:21
“노동운동과 중국에서의 사업 경험을 토대로 북한 경제 발전에 도움을 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하셨는데….”
췌장암으로 1년 이상 투병해온 1세대 노동운동가 최한배(62·사진)씨는 최근 병세가 악화돼 호스피스 시설인 보바스기념병원으로 옮겨 있다. 지난 6일 오후 병실에서 최씨는 진통제 처방으로 깊은 잠에 빠져 있었고 그의 말은 아내 김종민씨가 대신 전했다.
서울대 상대 출신의 최씨는 1978년 일찌감치 노동 현장으로 들어갔다. 청계천 근처 경동교회를 다니면서 뚝방지역 빈민·피복 노동자들의 열악한 실태를 알게 되고 노동운동에 투신한 것이다.
그는 84년 보일러공으로 취업한 서울 구로 대우어패럴에서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그 여파는 태풍의 눈이 되어 효성물산·선일섬유 등 영등포·구로공단에 노조 결성 바람을 일으켰고, 이듬해 이 지역 노조들이 연대해 노동조건 개선 등을 요구한 ‘구로동맹파업’으로 확대됐다. 그는 서울노동운동연합(서노련) 사건 등으로 구속됐다가 87년 6·29 선언으로 석방된 뒤 공개적인 노동운동가로 나선다. 전국노동운동단체협의회(전국노운협) 사무국장을 맡아 전국을 돌며 노조결성 지원 활동을 했다. 88년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린 연세대 정문에서 “가자! 여의도로”라고 외치며 경찰 봉쇄선 돌파를 시도하던 모습은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새겨져 있다. 그뒤 1년반 실형을 살고 나온 그는 93년 노동현장을 떠나 전문경영인의 길을 택했다. 전자부품 업체의 중국법인 총경리, 본사 대표이사 등을 거치며 15년동안 중국시장을 주로 개척했다.
최씨는 투병중 노동운동 15년·기업경영 15년의 삶을 정리한 자서전 <길>을 최근 펴냈다. 기록을 꺼렸던 운동권 주역의 기록이어서 ‘한국현대노동운동사’로도 읽힌다. 그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책 말미에 소략하게 정리돼 있다. 자본주의 부작용이 심한 중국, 그리고 북한에서 펼치고 싶었던 기업가의 꿈 등.
“우리 세대가 꿈꾸었던 ‘모든 사람들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은 미완의 과제로 다음 세대의 몫으로 남겨졌다. 다음 세대는 새로운 시대적 과업으로 우리 세대의 명제를 대체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좋지 않은가. 이젠 한 줌 흙으로 돌아가야겠다.”
한겨레신문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
***사람세상***
2012.02.09 01:54
이 포스팅 두시간전, 최한배님 운명하셨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동우***
2012.02.09 05:31
최한배님.
빈한한 한 가족의 가장 노릇을 한 젊은시절 어려운 환경속에서의 서울대 상과대학.
손쉬을 터인 이 땅의 부귀영화 마다하고.
노동현장에서 이건 아니라고 소리친 사람.
그러면서도 자본논리를 내치지 않은 사람.
시대를 온몸으로 살아 낸 사람.
한 세상, 값있게 살다 가셨습니다.
이런 뒷북 추임새나 노는 나.
고인의 명복을 빌 뿐입니다.
고이 잠드소서.
***뜨락***
2012.02.09 15:51
얼마전 동우님의 권유로 알게 된 최한배님.
참으로 훌륭한 삶을 살고 가셨습니다.
애통하실 미망인과 아드님께 무어라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할지.
진심으로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서민정***
2012.02.09 10:24
머리숙여 최한배님의 명복을 빕니다.
***시연맘***
2012.02.10 05:13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해오름***
2012.02.10 05:25
얼마전 최한배님을 문병한 김문수 지사가 병자의 편의를 위하여 권력남용을 했다고 시글쩍한 기사를 접하였습니다.
그예 가셨군요.
삼가 명복을 빕니다.
***작은물결***
2012.02.20 07:12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후니마미***
2012.02.20 08:33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큰서방***
2012.02.20 11:35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향편***
2012.02.20 11:43
동우님 안내대로 장만옥님의 블로그에서 ‘길’을 읽었습니다.
이 나라 노동운동의 선구자, 가치있는 삶을 살고 가신 분.
명복을 빌 따름입니다.
***정수***
2012.02.20 11:51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장만옥***
2012.03.30. 06:02
동우님을 비롯 모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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