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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꺽정 7권 (40)

카지모도 2023. 6. 21.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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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림이의 이야기가 끝난 뒤에 이봉학이가 황천왕동이와 배돌석이를 번갈아 보

면서 “우리가 각성바지루 모여서 형이니 동생이니 하구 지내는데 친형제버덤두

더 우애 있게 지내야 하지 않는가. 그까진 일에 서루 얼굴을 붉혀가지구 쌈질을

하려구 하다니 자네들 둘이 다 지각이 없는 사람일세.” 하고 두 사람을 한데

꾸짖고 그 다음에 황천왕동이더러 “대체루 말하면 자네가 형 대접 잘못하는 데

서 말다툼이 났으니까 자네 잘못이 많은데다가 거먹초립이니 무어니 그게 무슨

철딱서니없는 말인가.” 또 배돌석이더러 “찬왕동이가 자네게는 전날 친한 동

무요 지금 정다운 동생인데 말버릇이 좀 고약하다고 웃통을 벗어 붙이구 곧 사

생결단이나 할 것처럼 대들었다니 그게 어디 지각 있는 사람의 짓인가? 그러구

형이란 사람이 매사에 용서성이 있어야 하지 않는가.” 하고 두사람을 각각 책

망하는데 두 사람은 다같이 고개를 숙이고 말 한마디 못하였다. 늙은 오가가 허

허 웃으며 “친형제간에두 비위 틀릴 때는 쌈질을 하는데 의루 모은 형제간에

말다툼 좀 하기두 예사지 무어. 이 사람들 부끄러워할 거 없네.” 하고 너스레를

내놓았다. 박유복이가 황천왕동이더러 “자네가 먼저 사과하게” 하고 말하여

사람이 싹싹한 황천왕동이가 선뜻 배돌석이를 보고 “내가 잘못했소.” 하고 사

과하니 배돌석이는 안간힘 쓰듯이 응 소리를 한번 하고 나서 가까스로 “나두

잘못했네” 하고 마주 사과하였다.

배돌석이와 황천왕동이의 말다툼이 낙착이 다 났을 때 신불출이와 곽능통이가

같이 와서 “배두령, 황두령 두 분을 대장께서 오라십니다.” 하고 꺽정이의 분

부를 전하여 배돌석이와 황천왕동이가 꺽정이게로 불려오는데 이봉학 이외의 여

러 사람도 모두들 따라왔다.

꺽정이는 배돌석이와 황천왕동이가 도회청 뒤 길가에서 드잡이를 하였다고 말

을 듣고 화가 대단히 난 까닭에 여러 두령들이 함께 몰려오는 것을 보고 부르지

않은 사람은 나가라고 소리를 질렀다. 다른 사람은 다 무료하여 말도 못하고 나

가려고 하는데 이봉학이가 앞으로 나서서 “둘이 말다툼하는 것을 시종 본 사람

이 서종사하구 막봉이니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시는 게 좋지 않소?” 하고

말하였다. “길가에서 드잡이를 했다는데 말다툼이라는 게 다 무어야?” “어떤

놈이 형님께 와서 풍을 떨었구려. 서종사더러 이야기를 하라구 들어보시우.” 배

돌석이와 황천왕동이의 서로 말다툼한 것과 서로 화해한 것을 서림이가 모두 이

야기하여 꺽정이는 다 듣고 한참 동안 생각하다가 황천왕동이를 앞으로 불러 내

세우고 “네가 정말 사과를 하려면 김억석이를 찾아와야겠다. 조선팔도를 다 헤

매서라도 찾아오너라. 만일 못 찾아오면 돌석이는 고만두구 내가 우선 용서를

못하겠다.” 하고 분부하였다. 서림이가 뜰 위에 올라가 서서 이야기하는 동안에

다른 사람들은 밖으로 나가지 않고 마당에 선 채로 서 있었다. 꺽정이가 황천왕

동이에게 분부하는 말이 끝나자마자 여러 사람 틈에 끼여 섰던 배돌석이가 앞으

로 나서서 “잘못하기루 말하면 나나 천왕동이나 똑같이 잘못했으니까 청왕동이

만 잘못한 걸루 치실 일두 아니구 그러구 천왕동이하구 나하구 서루 용서하기루

벌써 말까지 다 했는데 김억석이를 찾아와야 용서한다는 건 공연한 층절입니다.

어디 가 파묻혀 있는지 소식두 모르는 사람을 건공대매루 나가서 어떻게 찾습니

까. 억석이를 찾으실 생각이 있으면 차차 수소문해서 찾두룩 하시지요.” 하는

말이 배돌석이로는 한껏 구변을 다한 것이었다. “너는 용서를 햇거나 말거나

억석이를 못 찾아오면 내가 용서 한할 테란 말이다.” “어째서 하필 억석이를

찾아와야 용서를 하신답니까?” “억석이를 찾을 이야기루 천왕동이가 발측스럽

게 굴었다니까 그벌루 찾아오란 말이지.” “그럼 나두 천왕동이하구 같이 찾으

러 가겠읍니다.” “너는 못 간다.” “왜 못 갑니까?” “내가 너는 안 보내겠

다.” 이봉학이가 배돌석이 옆으로 나서며 “말다툼한 벌루 김억석이를 찾으러

보내실라면 둘을 같이 보내는 게 옳지 않습니까?” 하고 말하는 것이 꺽정이가

중뿔나게 나서지 말라고 말하고 “천왕동이는 오늘 해안으로 떠나가거라.” 하

고 더 분부한 뒤 곧 열어놓고 앉았던 방문을 소리나게 닫았다.

잘 데를 말타툼

하는 것두 죽일 죄란 말이오?“ ”어디 죽이는 것만 군법인가.“ ”요전에 황두

령이 대장하구 말다툼하다가 군법을 당할 뻔하지 않았어?“ ”그때는 대장 명령

거역한다구 했지 언제 말다툼한다구 했는가베.“ ”우리가 그때처럼 들싼을

놓으면 군법을 쓸라니 쓸 수 있오.“ ”들싼을 놓을까 봐서 우리를 내쫓으려구

하셨는지 모르지.“ ”내쫓는다구 우리가 모르게 되나.“ 여럿이 받고채기로

지껄이는 중에 황천왕동이는 고개를 숙이고 말없이 걸어나왔다. 배돌석이가 황

천왕동이 옆에 와서 ”어떻게 할 텐가?“ 하고 물으니 황천왕동이는 흥심없이

”어떻게 하다니 오늘 떠나지 별수 있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럼 나두 같이

갈 텔세.“ ”고만두우. 걸음이 재지 못해서 동행하기두 갑갑하구 또 가지말라는

걸 가면 뒤에 말썽스럽소.“ ”길양식 지구 갈 아이 하나는 데리구 가겠지. 그러

자면 자연 걸음을 맘대루 못 걸을 거 아닌가.“ ”홀가분하게 괴나리봇짐이나

해 지구 혼자 떠나갈라우.“ ”사람두 하나 안 데리구 갈 까닭이 무언가?“ ”

사람 안 데리구 혼자 다니는 건 성가시지 않구 좋지만 기한두없구 정처두 없이

떠돌아다닐 생각을 하니 기가 막히우.“ 황천왕동이 말끝에 늙은 오가가 황천왕

동이를 보고 ”이 사람아, 억석이를 생전 못 찾으면 생정 떠돌아다닐 텐가? 그

저 한 열흘 유산 나선 셈 잡구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들어오게그려.“ 하고 말

할 때 ”밖에 나와서 무슨 공론들 하우?“ 곽오주가 맞은편에서 오며 소리를 질

렀다. 곽오주는 등 너머집에 넘어가 있다가 배두령과 황두령이 쌈을 하고 대장

댁에 잡혀갔단 소리를 듣고 쫏아오는 길이었다. 곽오주가 와서 박

유복이의 이야기로 전후 사단을 다 들은 뒤에 황천왕동이더러 ”김억석이란 놈

은 보낸 사람이 찾아놔야 할 텐데 공연히 횡액에 걸렸구려. 지금 그놈을 찾자면

천왕동이 성님이 조선팔도 동소임도두령 노릇을 해야겠소.“ 하고 말하였다. 황

청왕동이가 곽오주 말을 대꾸하기 전에 늙은 오가가 ”동소임의 도두령이란 뭐

말러뒈진 겐가.“ 하고 물으니 곽오주는 싱글싱글 웃기만 하고 대답을 아니하였

다. ”되지 않은 소리 지껄인 걸 묻는 내가 실없지.“ ”김억석이란 놈이 지금

어디 가 있는지 모르지 않소?“ ”그래서?“ ”어디 가 있는지 모르는 놈을 찾

자니 아무래두 각 골 각 말루 돌아다녀야 하지 않겠소?“ ”그래서?“ ”그러니

각 말에 들어가서 소임이 동네 오이듯 하는 수밖에 없겠단 말이오.“ ”참말 꼭

된 술세.“ 서림이가 곽오주 듣거라 하고 ”실없는 말씀두 할 때가 있지. 황두령

은 곧 떠나야 할 텐데 실없은 말씀 하다가 해 지우겠소.“ 하고 늙은 오가를 핀

잔 준 뒤에 곧 황천왕동이를 향하고 ”여보 황두령, 내 생각에는 김억석이가 관

상쟁이를 따라간 것 같소. 강음현감의 손에 단련을 받다가 놓여나갈 때 금교

역말 어물전 주인에게루 가느냐구 물으니까 어디루 갈는지 나서 봐야 알겠다구

하구 동행이 있느냐구 물으니까 동행이 있다구 하드라우. 잡혀 갇혔다가 놓여나

오는 길루 곧 어디서 다른 동행이 생겼겠소? 그 동행이란 것이 십상팔구 관상쟁

일 것이오. 또 설혹 동행을 하지 않았더래두 관상쟁이는 억석이의 거처를 알 듯

하니까 관상쟁이의 뒤를 알아보는 게 억석이 찾는 데 첩경이 될 듯하우.“ 하고

말하여 여러 두령이 둘러서서 관상쟁이의 뒤 알아볼 도리를 의논들 하였다. 관

상쟁이가 청석골 와서 잡혀 있는 동안 늙은 오가가 데리고 한담설화하는 중에

혹 근지를 캐어물어 보았건만 고향이 청홍도(충청도)라고 하고 골 이름도 말하

지 아니하여 청홍도사람 조가로만 알았더니 향일에 금교 어물전 젊은 주인이 인

사하러 들어왔을 때 억석이 이야기 끝에 관상쟁이 말도 있었는데 젊은 주인의

말은 청홍도 사람이 아니요 근기 사람이라고 하니 관상쟁이가 처음에 적굴인 줄

을 모르고 왔다가 알고서는 겁이 나서 고향까지도 바로 말하지 않은 모양이었

다. 관상쟁이의 사는 곳을 아는 것이 제일 긴요한데 그것을 누구에게 가서 물으

면 알 수 있을까 여기에 여러 가지 의논이 분분하였다. 관상쟁이가 금교찰방과

가장 친분이 있었다니 금교찰방에게 다리를 놓아서 물어보자는 사람도 있고, 금

교찰방이 강음현감에게 천거하여 관상쟁이가 강음관가에서 오래 묵었다니 강음

이방더러 알아보내라고 기별하자는 사람도 있고, 또 지금 서흥부사 노인이 관상

을 좋아하는 까닭으로 서흥부중에 관상쟁이가 많이 모인단 말이 있으니 관상쟁

이 조가도 혹시 거기 가서 있지 아니한가 알아보자는 사람도 있었다.

서림이는 여러 사람의 의논을 잠자코 듣다가 남나중 ”여러분 내 말씀 좀 들으시오.“

하고 말을 내었다. ”대장께서 황두령더러 오늘 해안으루 떠나라고 하셨는데 언제

금교찰방에게 다리 놓구 물어보구 언제 서흥을 가서 알아온다 말씀이오. 황두령,

오늘 강음읍내 들어가서 이방을 찾아보구 물어보시구 강음서 알 수사 없다거든

금교역말 나와서 어물전 주인 시켜서 찰방에게 다리 놓구 물어보두룩 하시구려.

“ 황청왕동이가 서림이의 말을 듣고 나서 ”서종사 말대루 오늘 강음읍내루 가

겠소.“ 하고 여러 두령들을 돌아보았다. 늙은 오가가 황천왕동이더러 ”자네 점

심 뒤에 곧 떠날 텐가?“ 하고 물으니 황천왕동이가 ”글쎄, 오늘 강음읍내 가

서 잘 작정이면 다 저녁때 떠나두 좋겠지요.“ 하고 대답하였다. ”그럼 떠나기

전에 우리 모여서 술이나 한잔씩 먹세.“ 늙은 오가의 말끝에 이봉학이가 술을

내겠다고 말하고 바로 함께 가자고 끌어서 여러 두령이 다시 이봉학이 집으로

몰려오는데 황천왕동이는 자기 집에 잠깐 다녀온다고 따로 떨어졌다. 늙은 오가

가 황천완동이를 돌아보며 ”잠깐이란 게 한정없이 오래 되렷다. 정다운 젊은

내외가 작별할 이야기를 하느라면 해 가는 줄 모르지 쉽지.“ 하고 웃어서 다른

두령들도 따라 웃었다. 술자리에서 배돌석이가 화해술로 권하고 여러 두령이 작

별술로 한 군데 지시해 주구 가시우.”

여러 두령들이 한동안 서로 돌아보다가 밖으로 몰려나오면서 “대장 처사가

공평치 못하시군.” “화가 잔뜩 나셨다기에 나는 또 좌기를 하느니 군법을 쓰

느니 할까 봐 속으로 염려를 했었지.” “군법두 쓸 때가 있지, 말다툼 좀 했는

데 무슨 군법이란 말이오?” “군법에 비쳐서 처단할라면 할 수 있지.” 권하여

황천왕동이는 술을 나우 먹어서 점심도 궐하고 길을 떠나게 되었다. 떠날 때 해

는 벌써 서로 많이 기울었으나 그 해만 가지면 황천왕동이의 빠른 걸음으로 백

여리 길도 넉넉히 갈 만하였다. 그러나 날이 따뜻하고 바람이 차지 않고 거기다

가 술이 취하여 황천왕동이는 눈이 절로 감기도록 졸려서 걸음을 걸을 수가 없

었다. 잔디밭 잔솔포기 밑을 찾아와서 보따리를 베게삼아 베고 드러누었다. 강음

읍 오십 리 길은 한숨 자도 갈 수 있거니 생각하였던 것이다. 저녁 바람이 산들

산들 불 때에 황천왕동이가 눈을 뜨고 앞을 바라보니 장등 위에 햇발이 없어지

고 골 안에 어둔 빛이 생기었다. “아뿔싸 너무 늦었구나.” 허둥지둥 일어나서

비틀비틀 몇 걸음 걸으며 곧 줄달음을 놓기 시작하였다. 한참 오는 중에 등이

서운하여 보따리 놓고 온 것을 생각하고 걸음을 멈추며 “이런 제기!”소리를

질렀다. 보따리 속에는 고의적삼이 들고 길목이 들고 또 상목이 들었다. 과객질

로 돌아다닐 작정하고 길양식은 한 되도 안가지고 술잔이나 사먹을때 쓰려고 두

자짜리 상목을 여남은 필 넣어가지고 나왔었다. “내가 이렇게 정신이 나가두룩

취했었나?” 혼자말을 지껄이며 돌아서서 가던 데까지 다시 오는 중에 ‘강음읍

내까지 가자면 밤도 들려니와 우선 허기가 져서 못갈 텐데 어떡하면 좋을까. 산

으로 도로 들어갔으면 좋겠지만 하직 작별 다하고 나왔다가 도로 들어가기 계면

쩍고 오늘 밤에는 금교역말 어물전에 가서 잘까부다. 어물전 주인 부자더러 찰

방에게 알아봐달라고 부탁하고 내일 강음읍내로 들어가지.’생각하고 그제는 걸

음도 재게 걷지 아니하였다. 황천왕동이가 보따리를 찾아가지고 금교역말을 향

하고 왔다. 아주 캄캄 어두워서 어물전 늙은 주인이 방 앞에 들어서는 사람을

못 알아보고 누구냐고 묻다가 황천왕동인줄을 알고 어서 들어오라고 방으로 맞

아들이었다. “어디를 갔다오시우? 어디를 가시우?” “산에서 나오는 길이오.”

“저녁을 일찍 자시구 나오셨소?” “아니 저녁 안 먹었소.” “군저녁을 시켜

미안하우.” “천만에 말을 다 하시우.얼른 안에 가서 이르구 나오리다.” “아

들은 어디 갔소?” “그 애가 어디 밤에 집에 붙어 있소? 저녁만 떡 먹어치우면

나가버리지.” “간데를 알거든 좀 불러 오시우.” “집의 애보구 할 말씀이 있

소?” “부자분하구 같이 상의할 일이 있소.” “무슨 수나 생길 일이오? 곧 오

라구 부르러 보내리다. 잠깐만 혼자 앉아 기시우.” 늙은 주인이 일어서 나간 뒤

에 황천왕동이는 팔베게하고 누웠는데 늙은 주인이 다시 와서 누워 있는 것을

들여다보고 “누워 기시우. 목침이 저 구석에 있소.”말하고 도로 안으로 들어갔

다. 한동안 늘어지게 지낸 뒤에 술이 거나하게 취한 젊은 주인이 방으로 들어오

며 첫대에 “무슨 상의할 일이 있어서 밤을 도와 나오셨소?”하고 묻는 것이

그 아비에게 먼저 말을 들은 모양이었다. “내가 김언석이를 찾으러 나선 길일

세.” “김언석이라니, 상쟁이 데리구 도망한 사람 말이오? 그 사람이 어디 가서

있단 소문을 들으셨소?” “소문두 못 듣구 그대루 찾아나섰네.” “그 사람이

어느 분의 장인이라든가?” “배두령의 장인이지.” “그럼 배두령 안해의 청을

받구 나섰구려.” 이때 늙은 주인이 방 밖에서 “이애 상 좀 받아라.” 심부름

꾼 들려가지고 나온 밥상을 아들 시켜서 받아 들여놓게 하였다. 황천왕동이가

시장한 끝에 밥 한 그릇을 후딱 다 먹고 상을 물린 뒤에 관상쟁이 조가의 사는

곳을 찰방에게서 알아내 달라고 부탁하니 젊은 주인이 웃으면서 “내가 요전

산에 다녀와서 찰방에게 친쫍게 다니는 사람을 다릴 놓구 알아봤소. 그 상쟁이가

마전 사람이랍디다. 산에서 들은 청홍도 사람이라구 하셨지. 마전 적성이 어디 청

홍도 땅이요, 경기 땅이지.”하고 언죽번죽 말하였다. 마전 소지명까지 알았느냐

고 황천왕동이가 물으니 젊은 주인은 고개를 가로 흔들면서 “소지명은 알지 못

했소.”하고 대답하였다. “다시 한번 자세히 알아봐 줄 수 없겠나?” “알아봐

달라구 부탁은 곧 할 수 있지만 그 회보를 듣자면 보름이 될지 한 달이 될지 모

르지요.” “어째 그렇게 오래 걸릴까?” “내가 부탁할 사람이 찰방께 가서 그

런 말씀을 여쭤 보자면 여쭤 볼 만한 계제를 봐야 하니까 자연 오래 걸릴 것 아

니오.” “그렇게 오래 걸릴래선 부탁할 것두 없네. 내일 읍내 들어가서 알아봐

달라지.” “읍내 들어가서 누구더러 알아봐 달라시우?” “이방보

구 말해 볼라네.” “그런 건 이방더러 말했자 소용이 없소. 이방이 찰방한테는

길이 잘 닿지 않소.” “아니 강음원님한테 알아봐 달라구 할 텔세.” “원님이

알는지두 모르구 알기로서니 이방으로서 원님더러 그런 말을 물어보기가 어디

쉽소?” “이방은 모를까?” “모르구 말구. 마전 사람인 줄두 모르리다.” 관상

쟁이란 것이 유표하여 마전읍에 가서 물어보면 그의 사는 소지명을 곧 알 수 있

으려니 생각하여 황청왕동이는 강음읍에를 들어가지 않고 마전으로 직행할 마

음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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