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34 2000. 8. 1 (화)
태풍은 온 듯 만듯.
새벽에 비나 좀 쏟아주었다가 북쪽으로 스러지듯 사라진다.
한낮이 되자 그야말로 코발트빛 하늘자락이 펼처지고 성하의 태양은 작열한다.
한여름.
허물벗듯 벗어재낀 여체의 굴곡, 그 부드러움,,, 아런 것의 암시.
감각의 제국.
관능과 정신, 관능 속에 도사린 정신.
성과 속은 결국 통하고 있을거니...
19535 2000. 8. 2 (수)
오전 늦게 사무실로.
간 밤의 회색수면으로 컨디션은 말이 아니다.
꼭 머릿속에다가 재를 뿌려놓은 기분.
서걱거리는 머릿속, 아슴하게 들어찬 불쾌감.
입찰가산정 자동계산 포맷을 LM철 에게 건내주고 오후 사무실 나서 돌아온다.
저녁 마루에 자리깔아 누워있으려니 HM진 사장에게서 전화.
목요일 딸네미 백일잔치 초청.
19536 2000. 8. 3 (목)
낮은 하늘, 구름, 성근 빗방울.
이런 날씨는 은밀한 무슨 사연이 숨어 있는듯한 느낌.
밝고 밝아 모두 모두 설쳐야 할 것같은 날씨에 비하여 이런 흐리고 어둑신한 날씨에는 사람마다 은밀하게 숨어 무슨 음모라도 꾸밀듯.
모두 나름대로 음모를 꾸미는 공범자로서 어떠한 음흉스런 웃음을 흘리더라도 괜찮을듯.
19537 2000. 8. 4 (금)
게으름에 함몰, 뒹굴다가 오후들어 목욕한다.
목욕을 함으로써 일거에 사라지는 노오랗고 게으른 환각.
목욕- 이 행위는 육체의 각성.
동물도 목욕을 한다.
그러나 동물에게 목욕함으로써 얻는 육체적 각성은 없다.
사람이 아니라 짐승이다라는 각성이 있을수 없다..
목욕.
몸을 깨끗이 한다는 행위.
너는 짐승이 아닌 사람이다라는 육체적 각성은 사람만이 느낀다.
네 육체는 아무데서나 헐레를 붙는 짐승이 아니고 사람이다라는 각성.
아니, 틀렸구나.
육체의 각성이 아니라 결국은 정신의 각성이 되는구나.
네 정신은 아무데서나 헐레를 붙는 짐승이 아니다라는 각성.
목욕.
육체는 귀족이다라는 각성.
그러므로 너도 귀족이 되어라하는 각성.
귀족이 되는 육체의 각성이 불러오는, 정신.
고귀한 성, 고귀한 어느 방, 고귀한 책 한권을 끄집어 내어 고귀한 탁자에 놓고 고귀한 의자를 당겨 앉아 고귀한 눈알로 그것을 읽어라하는 각성..
늦은 오후 사무실.
HM진 사장의 늦은 딸네미 백일.
이름 HY빈, H사장 아내에게서 받아 안아든 아이, 꼼지락거리는 갓난쟁이.
그 생명의 느낌.
해운대의 샤브샤브집에서.
나도 손주를 안아보고 싶다.
1시 넘어 돌아온 나의 침실.
체릴 스튜더... 슈베르트.. 슈베르트...
아, 나는 무엇일까.
나는 무엇...
슈베르트의 저 리트를 사무치게 좋아하는, 나는 허깨비일까.
19538 2000. 8. 5 (토)
한낮의 못마땅함...
스스로에 대하여.
스스로의 생명에 대하여.
또는 운명에 대하여.
아니, 환경에 대하여.
자본주의에 대하여.
또는 시대에 대하여.
또는 시대정신에 대하여.
스스로의 감각주의에 대하여.
아, 고양되지 못한 감정밭은 얼마나 메마른 것인지.
19539 2000. 8. 6 (일)
청명한 하늘. 짙푸르다.
태양은 찬란하게 온 누리 흩어진다.
그야말로 성하의 오르가즘.
올 여름도 이렇게 절정을 맞고는 이내 스러질 것이다.
남성의 성기는 오르가즘을 맞고는 곧 스러져 버린다.
BR팩토리아 공장의 명도문제.
법률사무소 PS호 씨와 통화.
'한국인' K사장 과 긴 통화.
BR토건의 L대리 와 통화.
KS석 씨와 몇 번의 통화.
월요일 액션키로.
오후 마루에 앉아 옛날 영화, '스팔타커스'.
커크 더글러스, 진 시몬즈, 토니 커티스, 로렌스 올리비에.
내 기억 창고에는 A급 영화로 분류되어 있었는데 다시 보는 '스팔타커스'는 B급 영화.
영화는 그대로이건만 내가 진화한 것이다.
교활한 원숭이로.
19541 2000. 8. 8 (화)
줄곧 법전을 펴보고, 인터넷을 뒤지고 하여 명도에 관한 법률과 판례를 살펴 연구한다.
KS석 씨의 추론의 범위는 좁다.
내 판단과 방법이 맞을거라는 확신.
광안리 P호텔의 커피숍에서 드디어 BR토건의 사장을 만난다.
예전 부산의 재벌소리 듣던 BRYT의 둘째아들, SH임 씨.
잘 나가던 건설회사가 부도 난 그로서는 공장을 그냥 넘겨주기가 여간 가슴 아픈게 아닌 모양이다.
몇백억 몇십억 소리가 예사로 넘나 들더니 결국 그가 요구하는 것은 물건을 옮길 야적창고를 지을 돈 기천만원 요구.
K사장은 고작 천만원 미만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S사장은 노회하다기 보다는, 건설업계에서 굴러먹은 배짱같은게 있는 사람이다.
19542 2000. 8. 9 (수)
Y사장, K부사장, KM도, LM철 둘러앉아 BR팩토리아 건 설명하여 자문을 구하고자 하다.
Y사장 보신주의랄까,공무원 출신다운 관료주의를 너무나 드러내어 나를 실망시킨다.
인도명령 신청서 만들어 동부지원에 접수.
19546 2000. 8. 13 (일)
인도명령.
'한국인'의 K사장 에게는 송달되었다.
BR토건에 송달 확인되면 이제 강제 집행절차만 남은 것이다.
새벽.
여름 날 새벽.
난 경건한가.
19548 2000. 8. 15 (화)
절륜한 여름의 정력.
매우 덥다.
사무실, 느슨하고 진부한 분위기.
N영, 교사인 친구와 사무실 찾아와 상담.
이해관계가 얽힌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어야 하는지 문의.
KM도 부장이 공탁의 방법을 제안하여 주다.
KJ형, KM도, LM철 씨와 동래 지역의 물건 답사. 10여건.
부동산의 오랜 경험을 가진 K부사장과 KM도 씨.
그들이 갖고있는 노하우의 노련함은?
어떤 형태의 일솜씨인지 알고 싶은데.
부지런히 돌아다녀 물건을 모으고 확인하고 어쩌고 하는 바지런함 뿐일까.
19549 2000. 8. 16 (수)
광복절.
T V.
이산가족 상봉.
언제 보아도 절절하게 슬픈 그림.
나는 그저 울기 위하여 그 그림을 볼 뿐이다.
아무도없는 휴일의 사무실, 그 호젓함이 오히려 차분하다.
부산시 공동주택 현황등 정보 정리하고. 뉴욕의 珍이에게 메일 보내고.
저녁 사무실 문 잠그고.
서면서 S곤 만난다.
대한극장 옆 점포가 철거되어 태화백화점 뒤에다 꼼장어집 개업한 JJ덕 씨 .
표방하는 장사꾼,교양인,예술가들 낭자한 술마시기.
갑뿍 취하여 12시 넘어 돌아와 찬물 뒤집어 쓴다.
지금 1시.
19550 2000. 8. 17 (목)
8.15 이산가족 남북 방문단, 그 울고 부비고 웃는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나는 울기 위하여, 다만 울기 위하여.
오후 들어 소나기 한차례 쏟아졌는데 무더위의 열기는 식히지 못하다.
J의 생일날 새벽.
두 손 모두어 잡고 고개를 숙인다.
19551 2000. 8. 18 (금)
법원.
K사장 만나 송달증명원 떼어 민사신청과로.
예상하지 않은바는 아니나 상대편 BR토건 송달보고서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필경 송달 수령을 회피하고 있는 것.
KS석 씨는 이제 'LD 라인'을 당분간 휴직하고 주택관리사 공부한다고 학원에 다닌다.
그가 들려주는 아파트 관리소장의 메리트.
150만원 수준의 고정급, 보험 다 되고, 400%의 보너스.부동산관리와 부동산중개의 유기적인 관계. 개업을 하더라도 훨씬 유리한 컨셉 설정.위탁관리회사 운운....
듣고 있는 나의 귀는 얇다.
19552 2000. 8. 19 (토)
아직 송달보고서는 미착.
俊 성적표 A+가 3과목이나 된다.
이제 제 길을 들어선 아들놈이 기쁘다.
19553 2000. 8. 20 (일)
영도도서관 4열람실 58번 좌석.
회계원리, 4시간 가량 공부하다.
정오쯤 도서관 나서 보수동 책방 골목을 헤맨다.
헌책으로 '시설개론'과 '주택관리실무' 두과목의 교재를 산다.
헌책은 새책의 반값이다.
그리고 법령 과목이 아닌 기술과목은 매년 바뀌는 사항도 없을 것이다.
19555 2000. 8. 22 (화)
볕살은 여전히 따갑다.
정오경 집을 나서 사무실.
Y사장은 뵈지 않고 K부사장, K부장, LM철 등 세사람만 중국음식 시켜다 점심을 먹고있다.
한 3개월간 사무실 나오지 않고 주택관리사 공부하겠다는 의사 표명.
19556 2000. 8. 23 (수)
영도도서관 열람실 58번좌석.
민법총칙.
나는 무모하지 않다는 변명 내게 있으니.
1차, 민법총칙- 이미 공부한 과목, 회계원리- 이것이 관건이다, 시설개론- 나는 본시 엔지니어.
2차, 주택관리 공법- 학습하였던 것들이므로 문제없다, 실무- 조금 들여다 보면 되는 쉬운 과목.
딱 하나 문제되는 것은, 회계원리.
어쨌거나 회계란 꼭 내가 섭렵해야 할 분야.
그러나 민법중 총칙만으로 범위가 축소된 이 시험과목은 분량도 만만치 않고 공부 범위가 좁은 반면 깊이를 요구한다.
오전 4시간 집중.
오후 돌아와 도서관에서 빌린 이문희 '논산' 읽다가 사르르 낮잠
19557 2000. 8. 24 (목)
도서관 앉았는데 머릿속은 전형적인 회색수면 증후군.
견딜수 없을 정도의 그 느낌은 의지나 긴장과는 동떨어진 그 무엇이다.
12시 안되어 도서관 나선다.
집으로 돌아와 마루에 상 펴놓고 앉아 이문희 '논산'읽으며 막걸리를 마신다.
작가 이문희 소설의 정조는 나의 정조, 그의 소설에 등장하는 여성상은 내 이상적인 여성상이다.
조그마하고 단정하고 똑똑하고 유머감각이 풍부한 여자.
그러면서도 섹시한 여자.
이런 완벽한 여자가 이문희의 소설 속에는 늘 불행한 팔자다.
'한국인' K사장에게서 전화.
BR토건의 L대리 가 만나자고 한다는.
19558 2000. 8. 25 (금)
끈질기게 덥다. 올 여름.
참 지독하게도 공부가 하기 싫어 자료실에서 이두호 만화 '임꺽정'을 들춰 보다가 정오도 못되어 도서관 나선다.
'한국인' K사장과 통화, BR 토건의 S사장이라는 친구, 갈피를 잡을수가 없다.
일단 KS석 씨에게 특별송달 절차를 부탁.
19560 2000. 8. 27 (일)
검은 뭉개구름 몰리더니 간헐적으로 비 내리다.
주택관리실무 붙잡고 6시간 집중.
진척은 있었다.
이문희 '논산'반납하고 '마니'빌린다.
19561 2000. 8. 28 (월)
일요일.
새벽의 청정한 마음가짐은 무위의 한낮을 거치면서 점점 증발된다.
그리하여 마침내 저녁 무렵이 되면 부패하고 만다.
TV화면에 눈을 떼지 못한채.
일종의 암시- 주술에 걸린 자기방기의 덫.
그렇게 보내는 일요일.
나는 創意의 느낌 없으면 곤란한 인종.
그 창의라는 것이 좁아터진 나만의 소꿉장난일지언정...
19562 2000. 8. 29 (화)
어제의 볕살은 잔서라기보다 절정의 무더위.
俊이 2학기 개강.
도서관 휴관일인 월요일은 나 역시 휴일.
그 핑계는 안일의 하루가 되어도 좋다는 암시.
한낮의 쇠주.
TV드라마 '왕과 비' 안재모가 연기하는 연산군.
호연이다.
연산군이라는 성격은 참 독특한 캐릭터.
나는 연산군의 분노를 조금쯤 이해할수 있을 것 같다.
연산군은 현대적으로도 흥미로운 정신분석적 대상일 것.
KS석 씨에게서 전화.
특별송달신청, 송달여부는 미확인.
19563 2000. 8. 30 (수)
무더위 쨍쨍.
도서관에 오전중에는 에어컨이 가동되지 않아 삐죽삐죽 땀을 흘려가며 회계원리 공부.
자료실에서 대출한 책.
그림을 곁들인 회계학 기초'혼자서 떠나는 회계여행'이라는 입문서를 펼친다.
두꺼운 교재보다 우선 이런 심플한 것이 회계학이라는 전체의 숲을 조망하기에는 그만이구나.
효과가 있었다.
오후 도서관 나서 보수동.
헌책으로 '시설관리개론요약판' 새책으로 '주택관리법령'구입.
19564 2000. 8. 31 (목)
아침녘 한시간쯤 회계원리를 공부하고 난 후.
권태.
무위에로의 함몰.
타의에 의한 강제성이 나와같은 의지박약인 놈에게는 필요하다.
나같은 인간은 감옥에나 처넣어 다른 곳에 쏠리는 신경을 강제적으로 차단하여 버리면 무언가 천착하여 이룰지도 모르련만.
육신이라는 당나귀, 고귀한 정신은 당나귀를 다스리지만 저급한 정신은 오히려 당나귀에게 다스림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