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들은 병장기 가진 장교를 보고 화적으로 여기는지 초간한 데서는 천방지축 도망질들을 치고 가까운 데서는 목숨만 살려달라고 애걸들 하였다. 장교 하나가 어떤 여편네를 알아보고 “ 자네 놋점거리 괴똥이네 아닌가?” 하고 물으니 그 여편네가 장교 앞으로 한두 걸음 들어서서 뻔히 보다가 “아이구 이게 누구시오? 우리는 화적놈을 만난 줄 알았소.” 하고 새된 소리를 질렀다. “대체 웬일들인가?” “아이구 웬일이라니 요. 장터에 화적 든 걸 모르시오?” 그제는 여러 사람이 장교들이 묻기를 기다 리지 않고 중구난방으로 지껄이는데 그중에 “읍내 들어온 화적이 수가 얼만지 모른답니다. 장터는 그 동안 도륙이 났을 겝니다.” 호들갑을 떠는 사람도 있고 “화적이 읍내 들어오며 바루 옥으루 가서 옥 앞에 관군과 접전이 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