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림이가 중언부언 이해를 말하고 천왕동이가 조급하게 결정을 재촉하여도 꺽정이는 이렇다 저렇다 대답 한마디가 없어서 사람이 좀 늘쩡한 유복이 까지 답답하게 생각하여 “당초에 말이 없으니 사람이 답답하지 않소. 대체 형님같이 과단성 많은 이가 오늘은 웬일이오?”하고 말하였다. 얼마 뒤에 꺽정이가 꿈꾸다가 깬 때와 같은 태도로 “서장사 말대루 할 테니 식구 빼내올 계책을 서장사가 담당하우.”하고 말하여 서림이는 선뜻 “그건 염려 맙시오.”하고 대답하였다. “나는 따루 할 일이 있소.” “무슨 일인가요?” “이웃집에 버릇 좀 가르칠 것들이 있소.” “녜, 고발한 놈 말씀이지요.” 꺽정이가 한번 고개를 끄덕하였다. “내가 알아서 사람을 분배하오리다. 그런데 이 집은 어떻게 하실 텐가요?” “내던지구 가지 별수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