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첨지의 주량이 꺽정이를 당하지 못하여 꺽정이가 아직 술 먹은 것도 같지 않을 때 한첨지는 벌써 거나하게 취하였다. “내가 소시적엔 며칠씩 밤을 새워 가며 술을 먹어두 끄떡없던 사람인데 되지 못한 낫살을 먹은 뒤루 술이 조금만 과하면 술에 감겨서 배기질 못하우.” “우리게 오두령은 나이 육십 줄이건만 지금두 가끔 젊은 사람들하구 술타령으루 밤새임을 하우.” “그자가 계양산 괴 수의 심부름으루 우리게 다닐 때 나이 이십 남짓했었을까. 그런데 벌써 오십이 넘었단 말이지.” “장인의 심부름으루 서울을 자주 왔었다구 오두령두 말합디 다.” “그때 우리는 계양산 졸개 개도치루만 알았었소.” “개도치가 오두령의 이름이오?” “같이 기시면서 이때것 이룸두 모르셨소?” “자기가 말 안 하는 걸 우리가 어떻게 알 수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