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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B> 부활 (톨스토이의 생애와 작품 세계)

명문에서 고아로 :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는 1828년 8월 28일 툴라 시에서 15킬로미터쯤 남쪽으로 떨어진 야스나야 폴랴나 마을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 쪽은 유서 깊은 백작 집안이었고 어머니는 그보다 더욱 명문가로 알려져 있는 브로콘스키 공작 집안의 출신이었다. 톨스토이에겐 니콜라이, 세르게이, 드미트리 등 세 형제가 있었고, 또 그가 두 살 때 여동생 마리아가 태어났다. 그런데 소년기의 톨스토이는 잇따른 육친의 죽음으로 슬픈 현실에 부닥치지 않을 수 없었다. 맨 처음 어머니의 죽음이었다. 여동생 마리아의 난산으로 끝내 어머니는 숨지고 말았다. 톨스토이는 아직 너무 어려서, 먼 친척인 타치야나 에르골리스카야 부인이 그를 보살펴 주었으므로, 어머니의 죽음은 그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기지는 않을..

<R/B> 부활 (3부, 8 完) -톨스토이-

8 네플류도프는 자려고도 않고 오랫동안 여관방 안에서 왔다갔다하고 있었다. 카추샤에 관한 문제는 결말이 나버렸다. 이제 그는 카추샤에게 필요한 존재가 아니었다. 네플류도프는 그것이 슬프기도 했고 수치스럽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그를 괴롭히는 것은 그 일이 아니었다. 또 하나의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결말이 나지 않았을 뿐더러 그 어느 때보다 한층 더 강하게 그를 괴롭히고 더욱 강렬하게 그의 행동을 요구했던 것이다. 지난 수개월 동안 그가 계속해서 듣고 보아 온 그 가공할 만한 온갖 죄악들, 그리고 크르일리조프를 파멸시켜 버린 저 사악은 자기의 승리를 구가하면서 이 세상 위에 군림하고 있었다. 그것을 타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이기는커녕 그것을 어떻게 정복해 나갈지 그 가늠조차 할 수가 없었다. 지..

<R/B> 부활 (3부, 7) -톨스토이-

7 네플류도프는 유형수의 한 감방에서 오늘 아침 나룻배에서 만났던 그 이상한 노인을 발견하고 무척 놀랐다. 헝클어진 머리칼에 주름살투성이인 얼굴의 이 노인은 더럽고 어깨가 해진 회색 셔츠와 그와 똑같은 바지를 입고 나무 침대 옆에서 맨발로 마룻바닥에 앉아 힐책하는 듯한 날카로운 눈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을 쳐다보았다. 더러운 셔츠의 해진 곳으로 엿보이는 그의 말라빠진 몸은 가엾게 여겨질 만큼 쇠약해 보였으나, 그 얼굴만은 나룻배에서 보던 때보다도 더욱더 날카롭고 진지하며 생기가 넘쳐 흘렀다. 죄수들은 다른 감방에서와 마찬가지로 형무관이 들어오는 것을 보자 모두 벌떡 일어나 부동 자세를 취했지만 그 노인만은 그대로 앉아서 꼼짝도 않고 있었다. 그의 눈은 빛났고 눈썹은 분노로 일그러져 있었다. "일어섯!" 형무..

<R/B> 부활 (3부, 6) -톨스토이-

6 현관 대기실을 지나 메스꺼운 악취로 가득 찬 복도에 들어설 때, 마룻바닥에 오줌을 누고 있는 죄수 두 사람을 보고 놀리면서 네플류도프와 영국인과 형무관은 간수를 앞세우고 제1감방으로 들어갔다. 이 감방 안에는 중앙에 나무 침대가 놓여 있고 죄수들은 모두 그 위에 누워 있었다. 모두 70명쯤 되었다. 그들은 머리와 머리를 맞대거나 옆구리와 옆구리를 맞대고 자고 있었다. 사람들이 들어서니까 모두들 쇠사슬 소리를 철거덕거리면서 벌떡 일어나 절반쯤 깎은 시퍼런 머리를 번득이며 나무 침대 곁에 섰다. 그러나 두 사람은 그대로 누워 있었다. 한 사람은 열이 있는 듯 얼굴이 벌겋게 상기된 청년이었고, 또 한 사람은 계속해서 신음 소리를 내고 있는 노인이었다. 영국인은 이 청년이 오랫동안 병중에 있었느냐고 물었다...

<R/B> 부활 (3부, 5) -톨스토이-

5 문간에 매달린 호롱 등불 아래 보초가 혼자 지키고 서 있는 감옥의 음침한 건물은 마차 대기소도, 지붕도, 벽도, 모두 깨끗하고 하얗게 눈으로 뒤덮여 있었지만 정면의 늘어선 긴 창문들이 호젓이 불빛에 비춰져서 오늘 아침보다도 한층 더 침울한 인상을 주었다. 위엄을 부리던 형무관이 문으로 나와 불빛에 네플류도프와 영국인이 제시한 통행 허가증을 비춰 보고는 의아스러운 듯 널찍한 어깨를 으쓱해 보이고 이 두 방문객을 안내하였다. 그는 두 사람을 처음에 안마당으로 인도해서 그 곳에서 오른쪽 문을 통하여 층계로 올라가 사무실로 데리고 갔다. 그런 다음 두 사람에게 의자를 권한 뒤에 또 한 번 용건을 묻고 카추샤를 면회하고 싶다는 네플류도프의 희망을 알자 간수에게 그녀를 불러오라고 이르고, 영국인이 네플류도프의 ..

<R/B> 부활 (3부, 4) -톨스토이-

4 감옥에서 실패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네플류도프는 여전히 기분이 좋아서 카추샤의 특사 서류가 도착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현청으로 마차를 몰았다. 그러나 아직 서류가 오지 않았기 때문에 네플류도프는 여관으로 다시 돌아와서 우선 이에 관한 편지를 셀레닌과 변호사에게 급히 보냈다. 편지를 다 쓰고 난 뒤 시계를 보았다. 벌써 장군 댁의 만찬에 참석할 시간이 되었다. 장군 댁으로 가는 도중 그는 카추샤가 특사에 대해서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 하는 생각이 머리에 떠올랐다. 그 여자의 이주 유형지는 어디가 될 것인가? 네플류도프는 그녀의 마음속에 일어났던 변화가 생각났다. 또한 그녀의 과거도 생각났다. '아니야, 그런 것은 잊어버려야 한다. 잊어버려야 한다.' 이러한 생각을 하고 그는 급히 그녀에 대한 생각을 지워..

<R/B> 부활 (3부, 3) -톨스토이-

3 "그건 그렇고, 지금 어디 묵고 계시지요?" 장군은 네플류도프를 전송하면서 물었다. "쥬코프 여관? 아니, 거기도 그리 좋지 않을걸요. 우리 집에 오셔서 저녁 식사나 하시지요. 우리는 5시에 식사합니다. 영어를 할 줄 아시죠?" "네, 합니다." "그럼 더욱 잘됐는데요. 실은 여기에 영국인 여행가 한 명이 와 있는데 시베리아의 감옥과 유형에 관해서 연구하고 있지요. 마침 그 사람도 저녁 식사를 함께 하러 오게 되어 있습니다. 당신도 꼭 참석해 주십시오. 식사는 5시에 시작입니다. 우리 안사람은 제법 사무적인 사람이지요. 당신이 말씀하신 여죄수와 병자의 건에 대해서도 그 때 대답해 드리기로 하지요. 어쩌면 누군가 한 명쯤은 간호를 위해 남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장군과 작별을 한 뒤 네플류도프는..

<R/B> 부활 (3부, 2) -톨스토이-

2 언덕 위로 올라오자 마부는 네플류도프를 돌아보았다. "어느 여관으로 모실까요. 나리?" "최고급 여관은 어딘가?" "시비리스크 여관보다 좋은 데가 또 있겠습니까? 그렇지 않으면 쥬코프도 괜찮습지만요." "어디든지 좋은 데로 가게." 마부는 또다시 옆으로 비스듬하게 앉아서 속력을 냈다. 도시는 어느 도시나 마찬가지로 보였다. 다락방이 있는 푸른색 지붕의 집들이 나란히 서 있었고, 똑같은 모양의 교회, 조그만 가게, 번화가의 상점, 순경들마저도 똑같아 보였다. 다만 대부분의 집이 목조인 것과 거리가 포장되지 않았다는 것이 다를 뿐이었다. 번화가인 듯한 곳에서 마부는 어떤 여관 앞에 마차를 세웠다. 그러나 그 여관에는 빈방이 없었기 때문에 다른 여관으로 가야만 했다. 그 여관에는 빈방이 있었으므로 네플류도..

<R/B> 부활 (3부, 1) -톨스토이-

3부 1 네플류도프는 물살이 빠른 넓은 강을 바라보면서 뱃전에 서 있었다. 두 사람의 모습이 그의 머릿속에 번갈아 가며 떠올랐다. 마차의 요동으로 머리를 흔들리며 울분의 감정으로 죽음에 다다르고 있는 크르일리조프의 모습은 그를 괴롭고 처절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다른 또 하나의 인상, 시몬손과 같은 훌륭한 남자의 사랑으로 지금은 착실하고 올바르며 선한 길로 들어선 생기찬 카추샤의 모습은 기쁜 일임에도 불구하고 네플류도프의 심정을 언짢게 했다. 그리고 그는 그러한 감정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거리 쪽에서 오호트니츠키 사원의 커다란 종소리와 물결치는 금속성의 여운이 강을 타고 울려왔다. 네플류도프 곁에 서 있던 마부와 여러 마차의 마부들은 모두 차례로 모자를 벗고 성호를 그었다. 그러나 뱃전에서 가장 가깝게..

<R/B> 부활 (2부, 42) -톨스토이-

42 네플류도프는 그가 찻간에서 미처 나오기도 전에 작은 방울을 여러 개 단 준마를 서너 필씩 단 호화로운 마차가 역 구내에 머물고 있음을 보았다. 비에 젖어 거무스름해진 플랫폼에 내려서자, 일등차 앞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그 중에서도 값진 날개깃을 단 모자를 쓰고 비옷을 입은 키가 크고 살찐 귀부인과 사이클 운동복을 입은 후리후리하고 다리가 가는 청년이 서 있는 것을 보았다. 그 청년은 값진 목걸이를 한 크고 살찐 개를 데리고 있었다. 그들 뒤에는 비옷과 우산을 든 하인들과 마부가 마중나와 있었다. 이 사람들에게는 살찐 귀부인을 비롯해서 긴 코트 자락을 한 손으로 받들고 있는 마부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자신감과 유복함이 엿보였다. 이 일단의 둘레에는 부유한 사람에게 아첨하는 비굴한 사람들로 담이 이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