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봉단의 일행이 서울서 도착한 뒤 달포 동안 이승지 집 안팎 하인들 사이에는 봉단의 근본을 들추는 뒷공론이 그치지 아니하였다. 처음에는 단순히 주인영감 을 꺼리어서 겉으로 대접하나 겉대접 대신에 뒷공론이 말 아니게 심하였다. “정수리에 감쪽을 붙인 꼴이라니 천생 시골 백정의 딸이야” “입은 옷 꼬락 서니라니 보병것이나마 제도가 되었어야지” “그 삼촌 명색을 보지, 시골 백정 놈 주제에 조카딸 자세하고 점잔빼는 꼴이라니 눈이 시어 못 보겠어” “백정의 딸년더러 마님이라고 부르자니 작년에 먹은 올벼 송편이 되살아 올라올 지경이 야. 도망이라도 해야지, 이 집에서 못살아” 달포 지난 뒤에 뒷공론이 조금 변하 였다. “감쪽을 떼고 머리를 쪽지니까 이쁘장스럽던데. 그렇지만 아무래도 시골 백 정의 딸이라 태가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