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매안의 원뜸으로도 왔다. 내방한 사람이 남자라면 사랑에, 여자라면 안채에 가방을 열어 놓고 필요한 물건이 있는지, 쌀과 바꿀 수 있는지를 간곡히 물었다. 방물장수도 아닌 그들이 초면의 집을 방문하여, 쌀 있는 사람이 욕심을 낸 만한 물건을 내놓고, 오직 쌀을 얻고자 할 때, 대소가의 다른 집에서도 혹 벼르던 것이 있었으면, 아무도 모르게 흰 쌀을 감추어 들고 종갓집으로 올라갔다. 그래서 쌀 있는 사람들은 진귀한 것을 싸게 살 수 있었다. 때로는 섬사람들도 찾아왔다. 끼니거리 양식이 없어서 김이나 톳, 머자반 같은 해초류를 둥덩산같이 머리에다 하나씩 이고 마을로 들어온 그들은 쌀 한 되만 떠 주면, 그 한 보따리를 다 주고 갔다. 미역은 귀한 것이라 얻기가 어려워 아이를 낳고도 김으로 국을 끓여 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