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재도 인제 내년이면 입춘문 쓰게 되겄지?"사리반댁은 대답 대신 다른 말을 하였다. '입춘대길', '건양다복' 혹은 '국태민안'이라고 대문에 써붙이는 입춘문, 입춘서는 글 잘하는 어른이 아니라 그 집안에서 제일 나이 어린 꼬마동이 사내아이가 썼다."우리 집에도 입춘문 쓸 만한 소년이 있다."는 것을 남들에게 널리 과시하는 뜻도 있고, 그 순진무구한 고사리 손으로 콧 등에 땀방울 송글송글 돋아나게 정성을 다하여 쓴, 순결한 글씨를 부적으로 삼아 한 해의 복을 비는 마음도 있었으리라. 철재가 올에 천자를 배우기 시작하면 내년에 이르러는 입춘문을 쓸 수 있게 되리라는 말을 띄운 사리반댁은 "국문 천자 노래가 있거든."하였다. "심심할 때 외워 보소."가갸거겨 가신임은 거년에 소식이 돈절하고 고교구규 고대한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