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동서는 마주 받으며 잇던 말 끝에 서로 보고 웃었다. 내일은 장을 담그는 날이라, 매일같이 맑은 물로 닦아내는 장독을 오늘따가 어느 때보다 정성들여 돌보고 매만지는 유촌댁 손길에 햇빛이 묻어났다. 오류골댁은 옆에서 그 일손을 거든다. 이른 새벽 동이 틀 대 뒤안 장꽝 장독대에 즐비한 장독 뚜껑을 반드시 열어, 신선한 공기를 쏘이게 하고, 동쪽에서 떠오르는 아침의 깨끗한 햇볕을 쪼이게 하는 장독들. 쌀 세가마가 들어간다는 우람한 독아지는 대를 물린 장독이요, 그 옆에 해를 묵여 걸쭉해진 진간장과, 진하지 않은 간장 청장 항아리가 놓이고, 김칫독들이 어깨를 반듯하게 맞댄 맨 뒷줄은, 한낱 흙을 구워 만든 독이라기보다 위엄 있는 가문의 엄위를 자랑하며 버티고 앉은 마나님을 보는 듯하였다. 그리고 그 앞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