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아아, 무엇 하러 달은 저리 밝은가 어찌하랴. 쉬흔에 낳은 아들 만동이를 장가들여 다시 그 아들을 본 홍술이 일흔도 훨씬 넘은 머리털을 허이옇게 눕히고 숨이 진 지 벌써 여러 해. 삼 년 지나 사 년 지나 어느덧 세월로 흐르는데, 아직까지 마땅한 곳에 그 유골을 옮겨 드리지 못한 만동이는, 아비의 한도 한이지만, 제 한세상 앞에 놓인 천골의 천함과, 그것을 고스란히 물려받아 또 다시 할아비와 아비가 그러했듯이 무부의 길을 터덕터덕 걸어가야 할 어린 놈의 허깨비 같은 생애가 뼛골에 맺혀서도, 부디 어서 아비의 뼈다귀를 질척하고 검은 어둠 속에서 건져내 고실고실한 양지녘의 해 바른 흙 속에다 안장하고 싶은 안타까움에 늘 가슴이 찝혀 있었다. 그러나 그런 날은 좀체로 쉽게 오지 않았다. 겨울 가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