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라지 가는 길 김원일 1. 그늘 속의 사람들 밤이 깊다. 바깥 날씨가 차갑다, 센바람에 창틀 유리가 떤다. 인희엄마의 숨소리가 커진다. 내 옷을 벗기는 그네의 손길이 바쁘다. 나는 알몸이 된다. 인희엄마가 내 위로 몸을 싣는다. 나는 고개를 젖힌다. 잠든 인희 쪽을 본다. 깜깜하다. 인희의 숨소리가 고르다. '뭘 봐? 한잠 들었다니깐.' 내 귓바퀴에 인희엄마가 입김을 뿜는다. 인희엄마의 머리카락이 내 입술에 붙는다. 나는 인희엄마의 화장 내음을 맡는다. 어젯 밤과 내음이 다르다. 어젯밤엔 레몬 냄새가 났다. 오늘 밤은 쑥내음이다. 식물의 잎사귀 뒤쪽마다 약 1백만 개의 공기 구멍이 있어. 그 공기 구멍으로 식물은 향기를 내뿜는다. 그 방향이 바로 산소야. 산소가 대기를 채워. 은은한 향기에서 강한 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