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운이가 순경사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지가 이번 사또 덕택에 ”하고 말 을 내다가 별안간 “사또란 칭호가 듣기 좋으세요?”하고 딴소리를 물어서 “그 건 무슨 소리냐?”하고 순경사가 되물었다. “제 맘에는 사또라고 부르는게 영 감마님이라고 부르는 것만 못 할 듯해요. 정다워 들리지 않을 것 같아요. 인제부 터 영감마님이라고 부를까요?” “영감에 마님까지 받치지 않으면 더 정답지요. 그럼 영감이라고만 부를 테니 꾸중 마세요.” “오냐, 남 듣는 데만 그렇게 홀하 게 부르지 마라.” “남 듣는 데는 사또라 부르지요.” “그래 내 덕에 무에 어 쨌단 말이냐?” “영감 덕택으로 올해에는 모녀 남매 한데 모여서 설을 쇠게 되었 세요.” “말미를 얼마나 얻었기에 여기서 설까지 쇠게 되느냐?” “한 달 얻었 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