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석골에 남아 있게 된 두목과 졸개들이 대개 다 순경사 소문에 놀라고 안식 구 피난에 겁이 났지마는 대장과 두령들을 태산같이 밑어서 겨우 안심들 하고 있었는데 대장과 두령들이 버리고 가니 믿음의 태산으로 진정되었던 마음이 흔 들리고 들뜨고 뒤집히고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꺽정이가 떠나기 전에 술렁술렁 하던 청석골이 떠난 뒤에는 곧 난장판같이 떠들썩하여졌다. 오가는 사방 초막에 서 떠들거나 말거나 내버려두고 방문을 닫아 걸고 혼자 누워서 억제할 수 없는 고적한 생각을 마음속으로 곰새기었다. 청석골을 나무 한그루 풀 한 포기 다 정 이 든 곳이요, 수하 사람은 어중이떠중이나마 수효가 자그마치 팔십여 명이건만 웬 셈인지 자기 신세가 게발 물어던진것 같았다. 처음에 마누라와 딸을 끌고 산 속 깊이 들어왔을 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