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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꺽정 10권 (2)

서림이가 성복 후의 약방문과 같은 소용없는 계책을 말할 때 소망이 저의 모사 하는 재능을 포장이 알아주기 바랄 뿐이었는데 김포장의 꾸지람 속에 저의 계책을 신통히 여기는 의사가 역연하여 소마에 어그러지지 아니하므로 꾸지람을 듣고 속으로는 은근히 좋아하며 겉으로만 가장 황공한 체하고 “요전 선전과 행차는 소인이 미리 아옵지두 못하였솝거니와 설사 미리 알았솝더라두 소인이 무슨 재주루 앞일을 내다보구 계책을 생각하였사오리까. 지금 말씀 아뢴 되지 않은 계책은 선전관 의 낭패 보신 이야기를 듣자온 뒤 우연히 생각이 난 것이올시다.” 발명하는 말이 근리 하여 김포장은 역정을 더 내지 않고 “지난 일은 고만두구 이번 순경사가 나가서 꺽정 이를 잡는데 좋은 방침이 있거든 말해라.” 하고 온언순사로 말하였다. “소인의..

임꺽정 10권 (1)

명종 15년 경신 12월 임진삭 초일일에 상이 정원에 전교를 내리어서 삼공, 영 부사, 병.형조 당상, 좌우 포도대장을 고병조에 모이도록 밀유하라 하고 뒤에 봉 서를 내리었는데, 그 봉서의 사의는 대개 이러하였다. “내가 덕이 없는 사람으 로 외람히 대위를 계승하여 주소 전전긍긍하게 지난 지가 지금 16년인데 그 동 안 여러 해 연거푸 흉년에 유리표박한 백성이 많아서 해서의 도적이 성함은 들 은 지도 이미 오래나 조처가 엄하지 못한 까닭인지 점점 더 기탄없이 횡행하여 심지어 전옥서도 깨치려고 하고 지방관도 해치려고 하였다는 말이 있어 듣기에 해연하기 짝이 없는데 이번 별견 선전관 정수익의 계사를 받아본즉 부장 연천령 이 도적에게 죽고 금교 역마도 도적에게 뺏겼다니 이런 변이 어디 있을까. 전자 에 도적을..

임꺽정 9권 (41, 完)

그 뒤에는 마산리가 쑥밭 될 뻔한 것도 이야기하고 꺽정이패가 무서운 것도 이야기하며 마산리를 다 와서 그 사람은 다친 군사의 묵는 처소를 가르쳐 주고 자기 집으로 들어가고 황천왕동이는 동네를 한 바퀴 돌아서 나왔었다. 황천왕동 이가 이춘동이 집 앞을 지나올 때 벗어버린 의관들을 가지고 오려고 들어가 본 즉, 여러 방문이 첩첩히 닫히고 자물쇠로 잠그기까지 하여 그대로 도로 나오는 데 웬 늙은이 하나가 장정 두엇을 데리고 쫓아와서 앞을 막으며 "네가 웬놈이 냐? “ 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 늙은이 소리지르는 것이 하도 같지 않아서 황천 왕동이가 말없이 뻔히 바라보았더니 늙은이는 곧 눈방울을 굴리며 "이 집에를 무어하러 들어갔다 나오느냐? ” 하고 내처 소리를 질렀다. "말을 물으면 온언순 사루 묻지 못하고 ..

임꺽정 9권 (40)

배돌석이가 방안에 들어설 때 주인은 방문 옆에 섰고 주인 여편네는 방구석에 돌아앉았고 주인의 동생 상투쟁이는 비로소 부스스 일어 앉았다. “무슨 일루 주무시다 말구 들어오셨습니까? ” 하고 주인이 묻는 말에 “안에서 좀 잘라구 들어왔소. ” 하고 배돌석이는 대답하였다. “방을 바꿔 달란 말씀입니까? ” “ 아니오. 나만 이 방에서 자잔 말이오. ” 주인이 난처하게 여기는 눈치로 한참 자저하다가 “그리하시지요. ”하고 말하는데 목소리가 목 안에서 잡아당기는 것 같았다. “임자네는 다른 데 가서 자구 이 방은 나를 내줘야겠소. ” “다른 데 가서 잘 데가 없습니다. ” “이놈아, 다른 데 가 자라면 봉당이나 부엌이나 어디든지 가 잘 게지 무슨 잔소리냐! ” 배돌석이의 말이 곱지 못하게 나가니 주인은 한숨을 ..

임꺽정 9권 (39)

“자네가 함경도 태생인가? 나는 자네 고향이 양준 줄 알았네.” “나는 백두산이 고향일세.” “고향이라니 백두산에서 낳단 말인가?” “백두산에서 나서 백두산 에서 자란 백두산 사람일세.” “자네가 백두산 곰의 새낀가?” “어른에게 버 릇없이 욕하지 말게.” “자네 눈에 이런 산은 산 같지두 않겠네그려.” “커두 산이구 작아두 산이지만 이 산이 장산은 아닐세. 그저 야산이지.” “여기는 초 입이니까 야산 같지만 조금 더 가서 길 하나 건너서면 산세가 벌써 달라지네.” “웬 길이 또 있어?” “그 길두 소로는 소로지만 지금 지나온 길에 대면 바루 다론데 그 길에 또 관군이 있을까 봐 겁이 나네.” 이춘동이 하는 말을 바로 뒤 에 따라오던 이봉학이가 듣고 “지금 해는 다 져가는데 관군이 어둔데 매복이나 하구 ..

임꺽정 9권 (38)

꺽정이패는 산 끝에서 산 아랫길까지 절반 넘어 내려왔을 때, 연천령이 멀리 서 바라보고 뒤에 떨어진 군사들을 기다리지 않고 단기로 쫓아와서 말을 길에 세우고 칼을 머리 위로 비껴들고 나무 사이에 우뚝우뚝 섰는 꺽정이패를 치어다 보며 “이놈들, 어서 내려오너라!” 하고 호통을 질렀다. 연천령은 이봉학이가 군기시의 직장을 다닐 때 부봉사로 있던 사람이라 이봉학이가 옛날 조라동관을 알아보고 그전 동관의 의로 양편이 다 무사하기를 바라서 다른 사람보다 한 걸 음 아래로 내려서며 “연봉사 편안하우?” 하고 인사하니 연천령이 이윽히 치어 다보다가 “이놈, 네가 이봉학이 아니냐? 너는 조정의 벼슬 다니던 놈이 무슨 뜻으로 조정을 배반하구 도둑놈이 됐느냐? 꺽정이 같은 백정놈의 자식보다 네가 더 죽일 놈이다. 너부터 ..

임꺽정 9권 (37)

이춘동이가 음식 싸넣은 자루를 어깨에 엇매고 나설 때, 이봉학이가 그 자루 는 원력 있는 길막봉이를 주라고 하여 길막봉이는 한손에 철편 들고 한 어깨에 자루 메고 그외의 여섯 사람은 각각 무기만 손에 들고 이춘동이를 앞세우고 산 속으로들 들어왔다. 꺽정이패 일곱 사람이 얼마 동안 북쪽에 솟은 상봉을 바라보고 들어오다가 큰 산으로 건너가려고 서쪽을 향하고 나오는데 본래 길이 없는데 눈까지 덮여서 지 형을 잘 아는 이춘동이도 나갈 방향을 잡느라고 두리번거릴 때가 많았다. 잔등 을 높은 것 낮은 것 여렷 넘어오는 중에 김산이가 빙판진 비탈에서 미끄러져서 한편 발목을 접질리고 그 발목을 아끼느라고 절뚝절뚝하며 잘 따라오지 못하여, 황천왕동이가 올라오는 데는 뒤에서 밀어주고 내려오는 데는 앞에서 끌어 주었 다. ..

임꺽정 9권 (36)

“정선전으루 말하면 어명을 받잡구 온 사람이니까 일에 혹 실수가 있더라두 용서할밖에.” 하고 장효범이 자기옆에 말을 세우고 있는 금교찰방 강려를 돌아보았다. “우리 중의 누가 실수가 있다손 치더라두 도적을 잡구 나서 이야기하는 게 옳지요. 빨리 군사를 돌려가지구 지금 지나온 동네앞에까지 도루 가서 거기서 산으루 올라가든지 길목을 지키든지 작정합시다.” “강찰방 말이 옳소.” 하고 장효범이 곧 가까이 섰는 군관을 불러 서 지금 지나 내려온 동네까지 도로 가도록 군사를 돌리라고 영을 내렸다. 연천 령은 나가서 말을 타고 다시 돌아와서 강려 옆에 말을 세웠다. “여기서 바루 산으루 올라가두룩 해보시지요?” “여기는 산이 험준해서 올라갈 수가 없소. 여기서 죽 내려가며 어디 올라갈 만한 데가 있나 보시구려.” ..

임꺽정 9권 (35)

두 진의 병세 장한 품이 마산리에 있는 도적이 수백 명이라도 하나 놓치지 않고 이잡듯 잡을 것 같았다. 동쪽으로 들어오는 진의 선봉장 연천령이 마산리 동네에 들어서며 곧 군사를 시켜 동네 백성 하나를 잡아내다 놓고 대장쟁이 이춘동이란 놈의 집이 어디냐, 이가놈의 집에 아직 도둑놈들이 모여 있느냐 말을 물어본 즉 그 동네 백성이 서쪽에 있는 산을 가리키며 “대장쟁이 집은 저 산 밑에 있는 외딴 집이옵구 도둑놈들은 모두 산꼭대기로 올라갔소이다.” 하고 말하다가 손가락질 하던 손을 얼른 움츠러들이며 “산꼭대기에 일곱 놈이 섰는 게 보입니다.” 하고 말하 는데 그 손가락 끝이 가던 곳에 예닐곱 놈이 한데 뭉치고 섰는 것이 보이었다. “도둑놈 수효가 모두 몇이냐?” “일곱 놈이올시다.” “단 일곱 놈뿐이냐?” “..

임꺽정 9권 (34)

꺽정이 외 여러 사람이 놀란 얼굴로 서로 돌아보는 중에 황천왕동이의 이야기 가 끝이 났다. 이봉학이가 꺽정이를 보고 “서림이 초사에서 일이 난 모양이오.” 하고 말하 니 꺽정이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끄떡이었다. 황천왕동이는 서림이 잡힌 소식을 모르는 사람이라 “서종사 초사라니 웬 말씀이오!” 하고 물어서 이봉학 이의 이야기로 김선달에게서 기별 온 것을 알고 “그런 줄 모르구 나는 공연히 이 집 주인을 의심했구려.” 하고 말한 뒤 곧 이춘동이를 돌아보며 “용서하게. ” 하고 치의한 것을 사과하였다. “그까지 한담설화는 고만두구 관군이 지금 대체 어디쯤 오나, 뒤에 곧 오나?” “나 온 뒤에 곧 진이 풀려서 풍우같이 몰 려오더라두 늦은 아침 때 전엔 여기 못 올 겔세.” 황천왕동이가 이춘동이와 수작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