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렁게 궁리를 해야능 거 아니여? 테머리를 매고.""아이고, 무단히 언감생심 맞어 죽을 궁리허고 있다가, 새터서방님 덜컥 돌아오세 불먼 어쩔 거이요? 헛심만 팽기제.""그렁게 못 오게 해얄 거 아니라고? 아조 못 오게.""못 오게요?"우례의 두 눈이 옹구네가 보아도 놀랄 만큼 벌어졌다. 이 무슨 황당하고도 어림없는 이야기란 말인가. 수천샌님 안픾의 양주는 말할 것도 없고, 제 상전의 댁 청암마님, 율촌샌님, 율촌마님, 그리고 양쪽 집안 대실아씨, 새터아씨들이 날이 새면 까치 우나 감나무를 올려다보고, 밤이 오면 돌아오나, 행여라도 잘새들의 날개치는 소리에 섞여 오는가, 발자국 소리를 기다리는 두 서방님. 그들은 두 집안에서만이 아니라 온 문중에서도 기다리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들이 돌아오지 못하게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