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갔다 왔대?"재차 물어도 그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 대신 무겁고 깊은 한숨을 토하였다. 어찌 보면, 그가 힘없는 창호지처럼 펄럭 쓰러지지 않는 것은 뱃속에 삼키고 있는 그 한숨의 무게 때문인 것도 같았다. 춘복이는 제 한숨 속으로 가라앉았다. 내가 왜 이러까. 자꾸만 몸 속에서 진기가 연기같이 빠져 나가는 것이었다. 손금 사이로 힘없이 새는 속 기운은, 주먹을 쥐어도 모아지지 않고 그만 스르르 풀리며 흩어져 버리었다. 다리에도 힘이없어, 깍지를 끼고 모아 세운 무릎이 픽 모로 쓰러지려 하였다. 꿈인가. 안 그러먼 내가 헛것이 씌여 도깨비한테 홀렸이까. 그게 아니라먼 그런 일이 대관절 어뜨케 그렇게 꿈맹이로, 참말로, 똑 거짓꼴맹이로, 일어날 수가 있단 말잉가. 그러나 그것은 꿈도 아니고 거짓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