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암 조광조는 신분을 탓하지 않고 혜화문 밖 갖바치와 여러 해 동안 상종하며 교분을 나누었는데, 갖바치가 조정의 재상을 찾아갈 수는 꿈에도 없는지라. 늘 조대헌이 밤이면 미복을 하고 갖바치를 찾아가서 오래도록 마주앉아 이야기하다 가곤 하였다 한다. 그 갖 바치가 예사 사람이 아니라 문식이 놀랍고, 언행 거동이 반듯하여 사대부와 조금도 다를 바 없었으며, 경서와 사서, 제자류, 시문집에 밝고 식견이 높은데다가, 앞날을 예견하는 요량이 범상치 않기 때문이라 하였다. 놀랍게도 그때 당시 이조판서였던 이장곤 또한 그 갖바치를 나의 선생.이라고 존중하며 미편을 하고 찾아 다녔다지만. 지금 강호가 그 흉내를 내고자 여기 바가지 속 같은 천민촌 거멍굴 어둠 속에 서 있는 것은 물론 아니었다. 누구여? 어둠 저쪽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