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는 아무리 해도 춘복이 얼굴과 형상에 연이어 당골네 백단이, 무부 만동이가 덕석 말이로 너덜너덜해진 몸뚱이에 피칠갑을 한 채 절룩이며 날 저무는 매안에서 쫓겨 나가는 모습과, 그 걸음으로 다시 매안을 향하여 그들이 중음신 그림자들처럼 걸어 들어오는 환 영을 지우기 어려웠다. (원한같이 무섭고 깊은 것은 없건만, 왜 그 씨앗을 산야에 저토록 많이 뿌려, 두려운 줄 모르고 칡과 등이 자라나게 하는가. 그 원한의 줄기와 뿌리가 서로 뒤얽히어 뻗으면 태산 명산이라도 숨막히어 기가 끊기고, 무쇠 철기와 지붕이라도 그 등걸에 짓눌려 무너 지고 말 터인데, 그래서 다 척지지 말라, 했을 것인데.) 강호는 찬규의 대가리와 춘복이의 몸뚱이 그리고 백단이와 만동이의 봉두난발이 서로 칡뿌리와 등넝쿨처럼, 피울음으로 또..